바람개비 / 장정자

2008.11.09 00:57

이주희 조회 수:251 추천:28




바람개비 / 장정자




거친바람이 있어야 움직이는 바람개비


그것은 역경이 아니고 오히려 힘이다


살아가는 길에 얼마나 많은 역풍이 불었을까


한 마리 물수리새는 바람개비처럼


바람의 힘을 빌어 잽싼 몸짓으로


더 빠른 숭어를 물속에서 끌어 올린다


고요한 평화였다면


날개가 그리 용솟음치고 날아 올랐을까


에오라지


바람개비 도전장을 내 보는거다


힘없이 매달려 비상하는 새의 발톱사이로


조금전까지 제 세상에서 뛰놀았던 숭어가


파르르 잡혀 가는 것을 사진으로 한참 바라보았다


넓디넓은 공중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불쌍한 숭어는 곧 마감 할 생을


차마


접지 못하고


얼마나 울고 있을까


조금도 저항을 해보고 발버둥이라도 치면


그래도 덜 아련할텐데


무참히 그냥 잡혀 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죽겠다


삶은


그렇게 공중에서 방향을 잃고 가는


곡예인가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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