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조시
2019.02.08 00:13
늑대의 조시
아침 여덟 시, 고속도로 입구
늑대 한 마리 누워 있다
혼이 떠나버린 물컹한 물체
수의 입은 길이 붉다
현장을 목격한 쑥부쟁이 한 무더기
하얗게 질려 있는 가장자리로
차의 행렬이 조의를 표하듯 속도를 늦추고
심장이 찢긴 길의 무늬를 살짝 비켜 가고 있다
깊은 잠 끌고 어느 망초꽃 핀 산에 당도했을까
어둠을 가르며 질주하던 발바닥
뛰어온 삶의 바닥 돌아본 듯 산을 향해 뻗어 있다
오래 보아왔던 산
푸름만으로 아늑했던 숲을 안식처로 삼고
평생 한 일은
없는 길 헤쳐가면 등 웅크리고 귀를 벼르는 일 외에도
바람의 행로를 타고 산을 넘나들며
목구멍에 풀칠하는 것이었을 게다
아니, 별빛을 뜯어먹고 달을 핥으며
비탈길 속도를 지그재그로 유지하는 길과의 경주였을 거야
길 위에서 천천히 길로 변해가는 몸
숨 잦도록 흘러내린 비릿한 흔적
바람이 공손히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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