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2016.10.16 23:46

정국희 조회 수:456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쾅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기다림이라는 말, 참 가슴 설레는 말이다. 기다림이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기다림이란 삶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산다는 것이 온갖 기다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 기다림이 아픔이 되어 온다 해도 기다렸던 시간만큼은 설렘과 꿈이 있으니 말이다.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한마디로 연애시다. 사랑하는 애인을 찻집에시 기다리고 있는 시로, 무릇 사랑이라는 세계를 본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기다림의 기쁨과 간절함을 그리고 좌절감을.... 누구나 한번쯤은 다 느껴보았을 그런 기분의 기다림의 과정을 이 시는 서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온전히 기다림에만 바쳐지는 이 시는 기다림의 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몇 번이고 기대를 벗어나게 되자 자신의 상상력을, 올 것이라는 기대에서 차라리 내가 가고 있는 것으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면, 기다림의 한계를 넘어 심리의 추상적 차원으로 시각화 시켜서 자신의 감각적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하겠다.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잔잔한 일상적인 언어로 쓰인 작품으로서 시의 묘미가 있다, 첫째로, 현대적인 감성으로 시어와 이미지의 기법이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설정은 구체적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애매모호성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작가나 비평가들이 지나치게 밝히려 들것도 없다. 말하자면, 구절구절에 얽매여서 철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대체적으로 쉽게 쓰여진 시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쾅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시인의 내면이 직설적으로 투사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시인의 감정은 기다림을 체험함으로서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이다. 그러고 보니 상상력이란 꿈꾸는 힘이자 재현능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흔히들 기다림이란 지루하고 덧없는 것으로 묘사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은 일생일대의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을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고, 꿈을 기다림은 성공을 목적으로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기다림이란 커다란 결과나 사건의 차이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잘 관찰되지 않는 미시적으로 지나갈 때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인생은 기다림이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여기므로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를 기다리며 무엇인가에 얽매여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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