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패러디의 정의.특성 양상

2015.11.03 08:49

정국희 조회 수:576



 

      패러디(Parody)의 어원인 ‘Paradio‘ ’Paradia‘ 는 그리스어로 각각 모방이라는 뜻과반대하다라는 뜻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운문이나 산문에서 패러디란 뜻은 원작에 근접하게 근거를 두고 우스꽝스런 효과를 산출하기 위한 전환된 모방이란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현대적 감수성에 의해서 원전(이미 각인되어 있는 것)의 방법, 제재, 문체, 사상 등을 우롱하기 위해 뜻을 전복하면서 풍자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하겠다. , 반대와 모방 또는 적대감과 친밀감이라는 상호 모순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패러디는 일반적으로 원전의 풍자적 비방또는 원전의 희극적 개작으로 정의 된다

 

      최초에 패러디는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4세기 말 경에 미사곡이 너무 무겁고 진지하여 경쾌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원곡의 패러디를 통하여 경쾌하게 바꾼 이후부터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패러디의 대상은 유명한 작품으로서 원전을 모방하여 풍자와 익살을 목적으로 하는 형식이다. 문학적인 패러디에서는 주로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여러 문맥에서 과거보다는 당대의 정치와 현실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여러 장르에서 패러디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대개는 윤동주에 서시라든가 김춘수 또는 한용운의 님은 갔습니다같이 쉽고 짧은 시가 대체적으로 많다. 예를 들면 어느 한 고등학생은 서시를 이렇게 패러디하기도 했다. (깨는 날까지 책상에 엎드려 /한숨 푹 자기를/선생님의 눈초리에도 나는 침을 흘렸다/돼지꿈을 꾸는 마음으로/눈꺼풀을 닫아야지/ 그리고 눈꼽낀 얼굴로 쉬는 시간에 /세수하러 가야겠다/오늘도 선생님의 분필이 내 이마를 스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성공적인 패러디 작품은 김지하의 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적19705월에 사상계에 발표가 되었다. 이 작품은 당시의 부패한 권력집단에 대한 비평을 판소리로 풍자한 담시로서 민중의 피폐상을 담았다. ”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딱 이렇게 쓰럈다로 시작되는 김지하의 담시는 패러디 적 구상을 본령으로 하는 전통 판소리의 장르체계뿐만 아니라 그 문체, 관습, 수법 등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창조적인 재구성, 재편집, 모방, 변용의 양태를 보였다. 오적에서 포도대장이 전라도 갯땅쇠 꾀수를 문초하는 장면은 수궁가에서 용궁에 잡혀온 토끼를 나졸들이 문초하는 장면으로 변형했다. 꾀수가 문초 당하는 장면은 살아갈 길이 막막한 6.70년대의 민중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가난하고 억울한 민초들의 삶을 정면에서 통렬하게 털어놓았다.


     판소리의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듣다보면 토끼의 지혜로움에서 조상들의 유머를 맛볼 수 있다. 오적 또한 읽다보면 한없이 재밌다가도 한 쪽 가슴으론 짠하게 아픔이 스민다. 오적의 판소리는 그야말로 날카로운 만큼 흥미롭고 멋진 패러디다. 풍자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대상은 오적이지만 시인은 유희적 태도로 원전을 왜곡했다. 이런 방법이 바로 패러디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패러디의 역사는 문학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이것은 패러디가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정의되어 온 사실을 시사한다. 패러디는 현대문학, 특히 서사문학에서 주목되는 원리로 부각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탈근대주의로 번역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시학으로까지 격상된 중요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김준오 (시론P235)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0
어제:
3
전체:
88,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