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상상력과 특유한 재치의 작가 / 이외수

 

       

 

출생 : 1946년 경남 함양군

학력 : 춘천 교육대학교 중퇴

데뷔 :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 당선

1975<세대>에 중편 <훈장> 신인상 등단

수상 : 2008A-어워즈 이노베이션 부문상, 2015SNS 산업대상 외 3

작품 : <꿈꾸는 식물>,<들개>, <>,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괴물>, <장외인물> .단편 소설과 시,우화, 에세이 등 50여 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난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첫째는 거지꼴에 자기가 무슨 도인이라고 긴머리에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게 싫었고,(참고로 나는 남자가 긴 머리 하고 있는 걸 제일 싫어한다) 둘째는 생김 자체가 싫었다. 더군다나 머리는 몇 년에 한 번 감고 발은 안 씻어서 마치 까만 구두를 신고 있는 것처럼 때가 층져있다는 소문을 듣고 정나미가 있는 대로 떨어졌다. 그것은 더럽기 이전에 게으르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글도 생긴 대로겠지 하여 아예 쳐다볼 생각조차도 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벽오금학도를 읽게 되었다. 책의 첫머리가 "탑골공원, 가을이 당도해 있었다.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마다 은행나무들이 순금 빛 해의 비늘들을 눈부시게 털어내고 있었다로 시작되었다. 첫마디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그토록 더럽게 생긴 것과는 정 반대로 글이 깨끗했고 서정적이라서 깜짝 놀랐다는 표현이 더 옳겠다. 책 내용 또한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그 뒤, 이외수에 대해서 뒤져보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온 험난한 삶을 알게 되면서 그를 약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오금학도를 읽은 이후부터는 그의 책이라면 거의 다 섭렵하다시피 하여 내 책장의 둘째 칸에는 이외수의 책들이 줄줄이 꽂혀 있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각양각색으로 생활하고 있는 데 아무리 쓸모없는 사람같이 보인다고 해도 반드시 남들과는 다른 보석을 하나쯤은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법이다”(이외수 장편소설중에서) 이 글처럼 생긴 대로겠지 했던 나의 생각은 외모로 인한 판단의 철저한 오산이었다.

 

       그런가 하면 백만 부 이상이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하악하악에는 예술가들이 평범하게 사고하고 평범하게 생활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예술가들에게 개성 없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예술 속에는 허리가 곧은 소나무도 있고 허리가 굽은 대나무도 있는 법이다. 세속의 저울이나 잣대로 그것들을 평가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일종의 테러다.”(p174)라는 말이 젹혀 있다. 이 말은 어쩌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뜻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 거지꼴이라도 이외수란 인간을 예술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가의 생애>: 전업 작가로서 오로지 글만 써온 그는 현재 70세다. 그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지 못했고 또한 기구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데다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무엇보다 밥을 먹는 날보다 굶은 날이 더 많았다는 어린 시절과, 할머니와 살면서 자신의 동냥질로 두 식구가 입에 풀칠을 했다는 말은 슬픈 소설처럼 짠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춘천 교대에 입학하여 7년을 다녔으나, 한 학기 벌어 한 학기 다니는 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서 그나마 중퇴했다고 한다. 빈곤과 사회적 소외에서 관계불능에 빠진 고립된 존재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망측한 모습으로 거리를 누비면서도 작가가 되기까지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게 특이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 속엔 고난의 삶을 견디는, 그리고 자아의 고독을 위무하는 초월적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들이 많다.

 

      <예술의 성격과 의미>: 사실 그의 글은 문학성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문학성이 짙다. 어떤 때는 가벼워 보이는 문장 속에 속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그냥 넘어가려다 한번 다시 읽어보는 문장도 많이 있다. 특별히 작품 속에 있는 시적인 문체며 비유가 전통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고전소설의 어투와 현대적 어투를 자유분방하게 뒤섞여 쓰는 게 특이하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젊은 감각을 가지려고 애쓴 흔적도 보이고 사실 또 그런 투로 대사를 강하게 쓰려는 수법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세대의 문화감각을 드러내면서도 구현하는 정서는 이전 세대의 것들과 많이 닿아 있다. 이를 테면, 전통적인 소설미학을 일부분 계승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반면에 주인공들이 직설적으로 혹은 저질적으로 쏟아놓는 대사들은 현장감이 있어 통쾌하긴 하지만 가끔씩 어색한 면도 없진 않았다. 그러면서 소설 뒤에 숨은 자신의 사소한 이야기들은 작품 속 사건들과 연관성을 갖는 듯 살짝 개인의 바람도 섞여 있다. 한 편으로 예술적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있을 법한 명문장들을 만들어 독자를 자기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수법이다.

 

      물론 항간에는 다 같은 작가라도 누구와는 택도 안 되게 양과 질이 다르다는 평도 있지만, 양과 질의 판단 기준을 어찌 한 가지에 비교해서 될 일인가. 하긴 문학이란 장르는 지식이 먼저 뿌리가 되어야 하는 게 기본이지만 성격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에서 깊고 얕음이 얼마든지 달리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통속작가 혹은 대중작가로 표현하지만 책을 냈다하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작가이고 또한 그의 모든 작품이 수십만 부씩 팔린 것을 감안하면 그에게는 그를 따르고 좋아하는 고정 독자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독특한 그의 글 자체만으로 독자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준다는 뜻일 게다. 더군다나 수년 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한결같이 사랑받고 있는 작가라고 본다면 이러니저러니 가타부타 말할 건더기가 없다. 그런데도 기어코 예를 들어 평을 꼭 한다면, 이문재와 류시화의 시가 서로 다른 정도쯤으로 비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작품요약>: "달은 이제 하늘 중천에 높이 떠 있었다. 건너편 산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부엉이가 울고 있었다. 솔잎이 소리 없이 지고 있었다.“ 로 끝나는 벽오금학도는 자신을 몇 년 동안 철문 없는 감옥에 가둬두고 썼다는 소설이다. 대강 줄거리를 보면, 강은백이라는 주인공이 오학동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인간세계로 돌아오게 될 때 신선은 한 장의 학 그림을 준다. 그리고 그 그림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오학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세상에 돌아온 그에게서 오학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강은백을 정신병자 취급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강은백은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거지 노파에게 오학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노파는 강은백에게 그 그림을 찢어버리라고 한다. 날이 갈수록 그림으로 인하여 많은 고뇌가 뒤따르게 되고 끝내는 하는 수 없이 그 그림을 찢어버린다는 내용이가. 좀 더 간략하게 말한다면, 전쟁이후의 어려웠던 윗세대들의 힘든 사회의 생활상을 종교와 정치에 연관성을 지어 그의 극적이고 포괄적인 상상력으로 잘 승화시켜 나간 작품이라고 하겠다.


     <작품평> 이상하게도 나는 벽오금학도를 읽으면서 이 소설은 이외수만이 쓸 수 있는 그를 닮은 글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작품 속 내용들이 약간 신비주의적인 면이 있을뿐더러 황당하기까지 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게끔 풀룻이 짜여져 있어서다. (그의 어떤 작품들은 약간 환상 같은 그런 투가 조금씩 섞여 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아이에서부터 성장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적 흐름을 신선세계로 이끌어 그만의 독특한 필체로 글의 흐름을 잘 살려냈다. 물론 작가가 풀어내는 재치가 약간은 거칠고 덜 익은 듯한 면도 살짝 있긴 하지만 대개의 언어들이 시원시원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 책을 읽는데 재미를 한껏 더해주는 건 사실이었다. 작가가 주장하는 초월적인 세계와 깨달음의 세계, 그 안에 암시되는 종교적 득도의 세계가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비루한 일상을 견디며 존재의 구도를 완성하는 험난한 길 찾기의 여정이 이상적 세계로 연결이 되면서 끝이 난다. 무엇보다 고전적인 감성이 드러난 이 소설은 92년 당시 120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3년을 끌어온 달을 소재로 삼은 또 다른 장편 장외 인간의 목차를 보면 시 한편이 나올 정도로 제목들이 멋지다. 예를 들면, 목차 1의 제목은 세상 모든 풍경들이 낯설어 보이는 새벽이고 목차2한 마리 시조새가 되어 달빛 속을 선회하던 여자가 있었다라든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어찌 알 수가 있으랴“ ”길섶에 조팝나무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등등 목차를 한 단어로 제한하지 않고 27개의 목차를 전부 긴 문장으로 엮었다. 그래서 두 권의 목차를 합치면 몇 편의 서정시가 넉넉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목들이 다 이쁘고 신선했다.


      그의 7번 째 소설 장외인간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의 이야기가 좀 깔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어릴 적 꿈은 솜사탕 장수였다. 국문과를 졸업하여 신춘문예에 <닭울음> 이라는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지만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무명시인이다.”(p26) “나의 아버지는 사내자식이 불알을 차고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최소한 불알값은 하고 살아야 하느니라입버릇처럼 강조하셨다. ”어른이 되면 불알을 떼서 팔아야 하나요“ ”아니다“ ”너 하나 잘되기를 바라지 말고 남까지 잘되기를 바라면서 살다보면 저절로 불알값을 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느니라“(p27) 이처럼 주인공 이헌수가 문학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결국엔 <금불알>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갈비집을 운영하면서 불알값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작가가 달이 실종된 세상으로 소설을 형상화한 까닭은 인간의 본성마저 잃어버린 세태를 통해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그런 뜻이 담겨있다.

 

       다른 예를 또 든다면, 이 책에는 젊은이들이 쓰는 재미있는 신조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반면에 풍자의 형식을 통한 현실 비판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대한민국에서는 사람을 때린 죄보다 합의를 볼 돈이 없는 죄가 더 크다라든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어찌 알 수가 있으랴.“혹은 마음 안에서 사라진 것들은 마음 밖에서도 사라진다. 그리고 진정한 환쟁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모델은 먹지 않는다등등 재미있는 언어가 놀라우리만치 재치 있고 우습다. 특별히 아쉬운 면이 있다면 <훈장>이나 <장수하늘소> 또는 단편<고수> 같은 책들은 비평가의 인정을 받았으나 그 이후에 나온 <괴물>이나 <장외인간> 같은 책들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다. 그 이유는 먹고 살기 힘들어 스스로 대중소설 쪽으로 갔다는 말을 어느 여성잡지 인터뷰 글에서 읽었다.

 

       이 외에도아불류시불류첫 페이지에 있는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은 이런 명언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평범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짧은 문장과 함께 정태련화가의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푸른 것이 무엇이냐고 묻지마라 그대가 푸른 것이 곧 진실이다또는잠시만의 머무름 속에도 아픔이 있고 잠시만의 떠나감 속에도 아픔이 있으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아픔이라는 이름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p98) “쌀 앞에서 보리는 끝내 곡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허기진 자의 뒤주 속에 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p95) “아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며 모르는 것은 결코 수치가 아니다 어차피 깨닫지 못했다면 궁둥이나 엉덩이나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등등 비판하고 반성하는 의식적 문장들을 드러낸 책이다.

 

     <이외수문학관>: 2012년에 75억 원의 국비를 들여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화목리 감성마을길에 문학관이 세워졌다. 바로 입구에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이다라는 그의 글이 세워진 이곳은 집필실과 주거공간실, 그리고 교육강연장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매달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연주와 노래 등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처음 문학관 건립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일부 문인들은 문단의 평가에 비해 과대평가된 소설가라는 비난과 함께 문학관 건립이 혈세낭비라는 주장이 제기 되기도 하였다 한다. 그렇지만 현재는 문학단체들이나 인터뷰 등등으로 이외수문학관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화천의 볼거리로 자리매김 했을 뿐만 아니라 화천의 가볼만한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이외수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함양의 임창호 군수는 함양에도 이외수문학관이 생겨야 한다며 지금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은평 한옥마을에는 <셋이서 문학관>이 있다. 천상병, 중광, 이외수 셋이서 펴낸 책 <도둑놈 셋이서>란 책에 근거한 문학관이다. 그런가 하면, 춘천 공지천에는 <황금비늘 테마거리>도 있다. 그의 소설 <황금비늘>의 배경지를 테마로 해서 만든 거리라고 한다.

 

     <결론>: 젊어서는 밥값 하기 힘들었고 소설가로 데뷔한 다음에는 이름값 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하지만 얼굴값은 안 하고 살아도 되니 천만다행 아닌가 <아불류시불류 (P82)> 스스로 거지였다고 말하는 이외수, 그는 이 시대의 파수꾼이라고도 하고 광인이라고도 하고 신이 만들어낸 최후의 사기꾼이라고도 한다. 가난이 스승이 되었고, 가난이 자신을 키웠다는 이외수를 통속작가나 대중작가로 표현하지만 3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는 작가, 글을 쓰기 위해 지금도 자발적 굶기를 해본다는 그의 작가적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자료출처 : 벽오금학도, 장외인간, 청춘불패, 아불류시불류, 하악하악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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