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2013.10.22 01:57

정국희 조회 수:234 추천:21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완벽하게 문이 닫히고
이륙을 기다리는 잿빛 공항
먹장구름 속
다 여미지 못한 깊은 심연이 흥건히 젖고 있다
질펀한 삶 추적추적 쏟아내고 있는 창 밖
젖은 곳과 젖지 않는 곳이
한 끗 차이로 뚜렷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저 한 끗 차이가 엄청난 차이로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가고 남음의 침묵을 적시고
미처 나누지 못한 인사는
꼭 그만쯤의 간격에서 나룰 돌려 세워놓고
보냄과 떠남을 민망히 관망하고 있다


분주한 구름에 내 생을 맡기면
나를 담고 훨훨 날아갈 저 아득한 하늘
시간 너머 시차 속 날짜 변경선을 지나
망망한 몇천 피트 대기권을 벗어나면
저절로 외국인으로 도착 될 내국인
삼지사방 일면식도 없는 그 땅에도
비가 내리고 있을까
뒤쪽에 남겨둔 그리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이런 날은 정국희 2015.01.12 212
122 2013년 11월 기휙 (유심) 정국희 시 정국희 2015.01.04 272
121 몸 속 비밀을 읽다 정국희 2015.01.02 103
120 딩요 정국희 2014.12.09 83
119 다음 생이 있다면 정국희 2014.12.03 138
118 다산초당 정국희 2014.08.11 164
117 딸들아 정국희 2014.07.13 189
116 시를 품고 살아서 정국희 2014.06.17 169
115 얕은 잠 정국희 2014.06.03 300
114 아름다운 회상 정국희 2014.05.28 163
113 바람의 습성 정국희 2014.05.19 241
112 자카란다 정국희 2014.05.15 230
111 국화 정국희 2014.05.11 290
110 일상의 길목 정국희 2014.05.09 250
»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정국희 2013.10.22 234
108 초상화 정국희 2013.10.15 280
107 바람 횡한 날은 정국희 2013.08.20 412
106 헬멧 정국희 2013.07.29 375
105 동창회 정국희 2013.07.10 495
104 소리 3 정국희 2013.06.21 41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0
전체:
88,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