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2011.08.17 13:52
가끔은
우연인 듯
너를 한 번 만나고 싶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는개비 내리는 저문날은
살 깊숙히 허망이 베이고
습관처럼 길을 나서면
이유도 없이 마디마디 서럽다
더 이상 볼일도 없는데
너를 잊지 못하고
느닷없이 바람 앞에 서면
옷을 껴입어도 한기가 몸을 휘감고
겉보리 서말같은 까실한 침묵이
먼 들녘 돌아와
말가웃 됨직한 묵은정 삼태기로 쏟아논다
내 생에선 버리지 못할 인연
무너지는 여분의 죄값으로
밖에는 물방울도 되지못한 는개비가 내리고
시누대같은 장대비가 내려도 좋을 저녁
산버찌를 먹지않아도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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