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2010.01.25 14:05

정국희 조회 수:694 추천:103




매실
      
        

미처 익지 못한 시퍼런 것들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짠 비린내 뒤척이는 태평양
위태위태 건너 왔네

외진 언덕배기에서 자란
어리숙한 생존들
갈고리같은 손에 꾀어
무슨 영화 누리겠다고
여기까지 원정 왔나
울긋불긋 커다란 과일 틈에
어설프게 끼어
어눌한 숨 죽이고 쌩뚱맞게 놓여있네

눈 부릎뜨고 살아도 늘 덫이 숨어 있어
가시밭길 푸들푸들 떨리는 세상인데
몸 팔러 미국까지 건너온 산지 직송 신상품
고향 것이라 두말없이 싣고와
설탕 넣고 소주 부어 구석에 놓았더니

저 물색없는 것들
어둡고 서늘한 곳이 뭐 좋다고
부글부글 살 내주며
농담같은 어메리칸 드림
숙성시키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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