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2009.01.22 14:07

정국희 조회 수:649 추천:82

시간



슬픔과 웃음
두 겹의 옷을 입고
끝은 비밀에 붙여진 채
시간을 걸어 왔네
시간은 나를 규정하고
나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문학이라는 것을
여울에 징검돌처럼 놓아 두고
구비구비 잘도 건너 왔네
한 때 외등 밑 바람 같았던 나
귀여린 잎사귀같이 쉼없이 나풀대던
쌀쌀한 저녁이면
허접한 몸으로
붙들 것 없는 허공 꽉 움켜쥐고
시같은 시를 썼네
밤 고구마처럼 팍팍했던 삶
비좁은 자루 속에
울퉁불퉁 우겨 넣고
타박타박 걸어온 사십여년
나쁜일도 많았지만
좋은일은 더 많았다고
그것이 삶이라고
시를 쓰면서
시처럼 살지 못한 내가
언젠가 윤회輪廻 끝에 돌아 올
그 시간 속에 시처럼 들어 있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시간 속에서 정국희 2009.09.06 635
42 백자 정국희 2009.11.01 639
41 데쓰 벨리 정국희 2010.01.14 712
40 놋그릇 정국희 2009.08.15 705
39 멸치젖 정국희 2009.08.15 728
38 진실 정국희 2008.10.11 625
37 고구마 순 정국희 2009.08.13 545
36 맨살나무 숲에서 정국희 2009.08.11 575
35 마네킹 정국희 2009.08.11 544
34 달이 시를 쓰는 곳 정국희 2010.09.22 791
33 파도 정국희 2008.11.19 731
32 카페에서 정국희 2008.10.25 643
» 시간 정국희 2009.01.22 649
30 죄송합니다 정국희 2009.05.26 550
29 가재미의 말이다 정국희 2009.08.20 727
28 불면으로 뒤척이다 정국희 2008.09.18 723
27 모녀 정국희 2008.08.29 626
26 미역 정국희 2008.08.28 657
25 요지경 세상 정국희 2008.08.21 623
24 위층 남자 정국희 2008.03.27 644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
어제:
6
전체:
87,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