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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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상 < 미주문학 20호 >

2004.08.26 02:52

그레이스 조회 수:208 추천:32


어떤 회상 / 홍인숙(Grace)
 

해질녘 바람은
두고온 땅 냄새 찾아
이끼낀 돌밭을 어루돈다

소근대는 호수의 물결 따라
기억의 초상(肖像)으로 걸어가면
마주 달려오는 시간들

어릴 때 물결은
두려움을 몰고 오는 파도였다

망막 가득 밀려드는 검푸른 물살로
강기슭 동생의 무덤을 끌어안고
서성이던 밤

시집간 사촌언니 집에서
온밤을 지새고 돌아온 날
"어린것이 먼길을 잘도 다녀왔네."
칭찬 뒤로 긴 꼬리를 물던 세찬 물결

어린 날의 환영(幻影)이
해 저문 정원에 긴 허리를 걸쳤다

어디선가 날아든 한 떼의 비둘기가
요란스레 물살을 훑고 지나간다

어스름 땅거미가 하늘로 오른다
정말 내게 동생이 있었을까



(2002년 미주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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