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11:21
꽃을 보는 마음
홍인숙(Grace)
꽃이 다만
아름다워
아름답다고 부르는 것은
아니리
화려한 꽃잎 뒤로
비밀스레 벌레를 키우고
가벼운 바람에도
속살을 여는
꽃은
때가 되면
속절없이 잎을 떨구고
떨어진 꽃잎도
고목의 잎새처럼
의연치 못한 채
죽어 가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의 빛깔대로 다가오는
햇살 때문
꽃의 성품대로 다녀가는
바람 때문
그러나
꽃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꽃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리.
( 2000/7/19 중앙일보 ) ( 샌프란시스코 문학 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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