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11:26
기다림
홍인숙(Grace)
젊은 날의 상처들을
곱게 털어 낸 고목에는
빗방울이 눈물처럼
맺혀 있습니다
한 쌍의 새가
시린 발을 절뚝이며
다정히 빈 가지의 눈물을
핥고 있습니다
창문을 엽니다
메마른 얼굴에도
한 줄기 바람이
스쳐 갑니다
한겨울의 슬픔과
어둠 속의 희망이
손잡고 누워 있는
은빛 하늘
새들은
가없는 마음
하늘에 묻은 채
젖은 땅을 서성이고
이 계절이 가기 전
다가올 당신을 위해
나의 기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 샌프란시스코 문학 3호 200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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