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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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 한국일보 >

2004.08.23 03:41

홍인숙(Grace) 조회 수:466 추천:44


                        오해  / 홍인숙(Grace)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괴로움 중, 타인들에게서 받는 오해로 인한 괴로움도 빼놓을 수 없다. 오해란 것은 미묘하여 얽힌 실타래처럼 억지로 풀려고 서두르면 더 엉키게 마련이다. 크고 작은 일들로 타인과 오해가 생겼을 때,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존경하던 분에게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나의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전하는 치졸한 방법은 내 스스로가 견딜 수 없어, 그 때 내가 취한 방법은 오직 침묵뿐 이였다. 물론 침묵으로 대처한다고 다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침묵이 오해를 시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귀한 인연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분은 곧 오해를 푸시고 다시 나를 사랑으로 받아 주셨다. 그 분의 지성과 인품을 믿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남에게 오해를 받는 것도 괴롭지만 내가 남을 오해하여 상처를 주었을 때, 그로 인한 그 사람의 괴로움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겪는 괴로움 또한 말할 수 없이 크다.
잘 생각해 보자. 지금껏 잘 지내 왔던 사람을 한순간 잘못 판단하여 상처를 준 적은 없는가를.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다. 서너 달을 쉬지 않고 밤마다 걸려 오는 전화로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적이 있었다. 여러 달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전화에만 집착해 있던 나는, 엉뚱한 사람을 오해하여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은 채, 한순간에 그의 전화며 편지를 끊고 서둘러 내 기억에서도 밀어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것이 나의 오해였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그는 내 곁을 떠난 후였다. 사과조차 할 길이 없었다. 그때의 실수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가슴앓이로 남아 있다.

괴테는 타인과 사이가 벌어졌을 때, 내 인격이 부족하였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하였다.
  
우리가 누구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성품에 따른 것이 아닐까.
오해란 것은 아주 사소한 이기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을 표출하기에 앞서 좀더 시간을 갖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다 보면 특별히 용서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금 내 마음 속에 섭섭함으로 자리한 사람이 없는지.
그것이 나의 오해가 아닐지. 진정 용서해 줄 수는 없는 것인지를..


  
   (1999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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