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7 07:28
문을 열며 / 홍인숙(그레이스)
문을 연다
기다리던 사람을 맞는
설레임처럼
산다는 건
인생길에 놓여진 문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희망으로 사는 것
문을 여는 것은
그 희망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것
문을 연다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힘차게,
힘차게 문을 연다
* * *
겨울 커튼 / 홍인숙(그레이스)
커튼을 열고 닫으며
사람들은
순간순간 마음의 소용돌이를 조절한다
하루가 버거울 땐
한줄기 따슨 햇살 불러모으고
울적한 날엔 혼자만의 공간에서
제 가슴으로 돌아오는 바람소리 듣는다
비록 세상을 가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 하여도
암울한 겨울,
외로운 사람들에게도
축복의 계절이 되기를 바라며
햇살 맑은 날엔
세상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싶다
가끔씩 창밖을 향해 활짝 팔 벌려
행복함으로 마주보는
희망의 눈빛이 되고 싶다
커튼을 열고 닫으며
사람들은
순간순간 마음의 눈빛들을 확인한다
* * *
나무에게 / 홍인숙(그레이스)
쓸쓸할 때마다
살며시 다가가 기대었던
너의 따뜻한 등
든든하고 우직한
그 등걸에도
말못할 외로움 있으려니
언제일까
네가 나 외쳐 부르는 날
한 줄기 미풍으로 달려가
애통하며 침묵했을
한많은 등을 안아 주리라
너 푸르렀던 날
네가 내게 주었던
듬직한 사랑처럼
<연변 시인협회 시총서 / 시향만리 2호(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