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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풍선 <중앙일보>

2016.11.03 11:55

홍인숙(Grace) 조회 수:24


삶과 풍선

 

                    

                         홍인숙(Grace)



 

인생 한 막 무대에 불꽃이 꺼지고

밀려나가는 검은 상복 무리 뒤로

빈 의자들의 침묵이 무거운데

구겨진 순서지 한 장 손에 쥐고

미련의 눈빛 거두지 못하는 건

금세 허무라는 이름으로 떠나버릴

풍선을 잡으려는 아이와 무엇이 다를까

아이의 손 떠난 풍선이

허공 돌아 하늘 속 가물가물 사라진다

삶의 끈을 놓친 사람들도

하나, 둘, 또는 여럿, 소리 없이 사라진다

분주했던 세상, 그러나

살만큼 살아본 세월

시간을 초월하는 평안함으로

이제는 더 멀리, 더 높은 곳

영원한 곳을 바라보고 싶다



(미주 중앙일보 201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