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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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빛고운 엽서...

2004.09.29 17:00

김광한 조회 수:246 추천:9


[한 장의 빛고운 엽서...]


김광한


낙엽 지는 공원의 호젓한 벤치가 아니라도 좋지요.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그 흔한 거리의 빈 벤치에 앉아
하늘을 흐르는 흰 구름과 초추의 양광에 귓볼이 붉어진
한 중년 신사, 아니면 잔잔한 주름이 이마에 품위 있게 얽힌
50대 초반의 여인이라도 좋고요.
문득 앞을 지니치는 젊은 남녀의 팔짱낀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저런 날이 있었지 하면서 회상에 잠길 때
문득 언젠가 받은 편지의 한 문구,
"살아온 날 , 살아갈 날, 아직도 그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빛고운 한장의 엽서를 받아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을 때,
빈 벤치의 먼지와 낙엽은 더 이상 닦을 필요가 없지요.
많은 사람들이 앉았을 이 빈 벤치, 세월은 또 이렇게 속절없이
흐르기만 할테고, 회상의 주인은 또 바뀌게 되겠지요.
격정의 끝은 침잠이란 말 그대로 조용히 인생을 관조하는
한편의 그림 같은 시,
홍시인님은 시로 그림을 그리는 유일한 시인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감상글 쓰고 싶어서 졸필을 얹었습니다.


⊙ 원작제목 : 빈 벤치
⊙ 작가/시인 : 홍인숙(Grace)
⊙ 글 번 호 : 17440 (2002년 10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