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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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2004.09.29 17:01

김광한 조회 수:177 추천:5

[강물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김광한


강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 갑니다.
그들은 제각기 건너편 둑을 향해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강의 저편에는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은 그 대상을 만날 것이란 믿음을 갖고
강의 저편을 응시하고 있고, 밧줄에 묶인 죄수는
곧 닥쳐올 죽음의 두려움에 둑이 가까워질 수록
점점 더 공포의 얼굴이 되어 갑니다.
강물은 이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강물의 소리를 듣는 자, 강물의 소리를 알아듣는 자는
그래서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강 저편이 곧 피안(彼岸)이고 사랑의 진실은 피안에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강물의 소리를 해득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강물 위에 잔잔히 비치는 그대의 얼굴에 미소가 어릴 때
사랑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강물의 소리는 점차 낮아지기 때문이
지요.
강물은 그래서 그대의 사랑을 더욱 엄숙하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이조백자처럼 담백하지만 율동적인 내용이 급류처럼 용솟음 치는
의미있는 시, 이렇게 감상을 했습니다.


⊙ 원작제목 : 강물
⊙ 작가/시인 : 홍인숙(Grace)
⊙ 글 번 호 : 17535 (2002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