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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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2004.08.12 08:34

순례자 조회 수:77 추천:2


[ 때로는 ]


순례자


때로는 아주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죽음보다 깊은 망각의 늪에.

외딴섬 동굴같은 곳에 숨어서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출구를 닫아버리고
나와 내가 차단된
철저한 혼자가 되어
그 마지막 나를 지우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둠이 되고
바람이 되고
허무의 중심이 되고..

마침내 존재의 근원인 우주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아, 그것은 속세의 욕심보다도 무모한
또 하나의 허욕,
아침이면 다시 깨어나는
하룻밤의 평범한 잠으로 만족하자.

나를 지우는 잠은
시인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일,
그런 잠을 자고 싶을 땐
홍인숙 시인의 시를 읽으면 된다.



⊙ 원작제목 : 망각을 위하여
⊙ 작가/시인 : 홍인숙(Grace)
⊙ 글 번 호 : 13987 (2002년 0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