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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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님께

2004.09.29 17:13

청학 조회 수:369 추천:21

[빗방울님께]


청학

가끔은 부력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릴 겨를이 없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처절한
스스로의 모습에 잠을 설치고

무심한 중에 까만 하늘을 날고 있음을
알고 내려 보이는 땅 밑이 두렵기만 해
진땀을 흘리는 오수의 꿈에서
억지로 깨어나는 안도감을 겪는 일들

기어코 잡히지 않으려고 오금저리도록
달려보지만 여전히 한자리에서
더 나가지 않고 쫒는 자에게 덜미를
잡힐 신세가 되어 가는 기막힌 악몽이라든가 아님
몇몇날을 참고 온 공허 때문이든
소리 높혀 실큰 울어보다 헝건한
눈물과 헛소리에 소스라쳐 잠을 깨어
멋적게 돌아 누워보는 허탈한 꿈

안개처럼 몽롱한 꿈속의 신기루 속에서
오랫동안 심연 속에 간직한 어렴풋한
옛 사랑의 영상을 따라 가도가도
끝없는 무지개 뿌리 같은 것 때문에
가슴아프다 깨어나도 아직도 쓰린
가슴을 쓰담고 긴 한숨을 쉬든
꿈 꾸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허한 시간을 이해하기 어렵지요
아무리 허우적거려 봐도 가지도 오지도
않은 막막한 시간은
뻥 뚫인듯한 관 깊숙히 무언가 막혀있는
답답함이 글을 쓰고 싶어도
아무런 제목도 아무런 소재도
누구가 삼킨 것처럼 보이지 않은 그런 그런..

빗방울님
그 고운 맑고 청명한 영명이
무슨 연고에 걸린듯한 답답해 보임이
느낄수있는것은 나의 과잉감각인가요
흐린 물도 맑게 하든 글들
증발하는 안개속에서 물방울을
만들어 아침햇살에 영롱한 보석으로
변화시키든 글들
무슨 연고일까
힘내십시요
그리고 또또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가슴으로
불러주시기를 바랍니다
청학


⊙ 원작제목 : 비상(飛翔)의 꿈
⊙ 작가/시인 : 홍인숙(Grace)
⊙ 글 번 호 : 18406 (2002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