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6 10:49
엄마의 골무 / 강학희
반짇고리에서 또록 굴러 떨어진
가죽골무
바짝 마르고 뻣뻣해도
여전히 엄마의 검지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고즈넉한 풍경 속 슬픔은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검지 뒤쪽으로 난 엄마의 길
비밀 부호처럼 희미하게 떠오른다
아이처럼 뒤뚱뒤뚱
한 걸음씩 걸음을 떼다 멈추어서면
실핏줄처럼 퍼져 가는 섬세한 손놀림,
아직도 늙지 않은 엄마는
새파란 시간의 그물을 곱게 짜
물려 입을 배냇저고리 하나 깁고 있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은 오늘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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