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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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시편 모음 (1999-2004)

2005.03.24 06:26

오정방 조회 수:334 추천:26

1.  그리운 독도

         - 답사 30주년 기념송



                               오 정 방



역사가 증명하는 한국령이 분명커든
일인들은 어찌하여 제 땅이라 억지 인가
독도여, 우리들만의 최후의 자존심이여!

그 누가 독도를 절해고도라 일컫는가
오천만의 가슴 속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독도여, 우리들만의 최고의 표상이여!

동도 서도 사이 좋게 부부처럼 친구처럼
그 어떤 풍파에도 돌아 선 적 없었다
독도여, 우리들만의 최상의 교훈이여!

비바람 삼십성상 무슨 변화 있을까만
그 날의 그 갈매기떼 몇대손을 끼쳤을까
그립다 너 독도여!  무궁하고 영원하라

                       <1999. 9. 2>



2.   20000101072619

               - 다시 독도를 그리며



                                  오 정 방



주후 2000년 1월 1일 오전 07시 26분 19초
시, 분, 초침이 바로 그 시각을 지날 때
너 독도는
2000년의 새해 첫 아침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우리들의 땅이다

바다조차 한 순간 숨을 죽이고
바람도 지금 멈추어 있다
찬란한 빛으로 떠오르는 황금빛 태양,
오늘 대한민국 어디에
맨 먼저 입을 맞출까
기꺼이 선택한 너, 독도

너는 새천년에 다시 태어나는
우리들의 생명이다
너는 새천년에 더욱
당당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사랑이다

            <2000. 1. 1>





3.  독도, 우리들의 독도



                           오 정 방



우리의 사랑,
우리들의 독도는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의 산 버닞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통은 의연히
한 곳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그 이름, 그 모습은
저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찾아
바람처럼 구름처럼
사해를 자유로이 돌아다닙니다

독도는,
단순히 국토의 한 자락이 아니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나의 거대한 돌덩이가 아니라
어떠한 외부의 침략에서도
반드시 수호해야할
우리 영토의 마지막 보루요
우리 국민들 최후의 자존심입니다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으며
독도를
목숨 걸고 지켜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01. 3. 1>



4.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다



                             오 정 방



독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거기서 태어나지도
한 번 가보지도 못한 그 곳에다
본적을 옮긴 시인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창씨를 해서라도
'독도'란 성씨 하나쯤 갖겠다는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저 무지한 일인들이
제 땅이라는 억지소리가
현해탄을 도둑처럼 건너 올때마다
울분을 터뜨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그 여류시인을 비롯한
모든 독도지킴이의 가슴 한 복판에
독도는 더욱 깊숙히 밀착해 있습니다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닙니다
더 이상
외로운 섬일 수 없습니다

                          <2001. 2>



5. 독도, 그 첫 만남의 기억



                              오 정 방


우리들은 떠날 때부터
이미 가볍게 흥분되어 있었다
도시의 소음을 조금씩 멀리하고
어두움을 서서히 가르면서
포항을 벗어난 경찰경비정 738함이
우리 일행을 독도 앞에 세워놓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상륙하리라 장담을 못했다

먼동이 터 오르고 새벽이 열릴 때
망망대해의 먼 수평선 위로
하나의 점같이 시야에 들어온 그 모습에
우리 일행은 앉아 있을 수 없어
갑판에 선 채로 점점 커져가는 독도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경탄을 자제하지 못했고
국토순례대원 스무 여덟 개개인의 가슴과 뇌리에
사진처럼 찍혀버린 동도와 서도는
한 쌍의 부부인양 다정해 보였고
둘도 없는 친구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삼삼오오 작은 보트에 분승,
사람이 그리웠던 경찰수비대원들과
춤추고 싶었던 갈매기의 환영을 받으며
첫발을 감격스레 내디딜 때
날씨는 분명 우리편이었다
위문행사와 답사로 이어진 체류 4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같이 지나갔고
날씨는 더 이상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파도가 일기 전에 서둘러 기약도 없이 작별하고
모함으로 돌아와 수첩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1969. 9. 2 쾌청, 상륙 성공'이라고

그리운 독도는
경비정이 사라질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섬 째 가슴에 품고 울릉도로 향했으며
나는 멀어져 멀어져
그 작은 점조차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차마 등을 돌릴 수가 없었다



6.  독도, 그리고 쪽빛 바다

                      
                           오 정 방


내가 찾아간 그 독도는
가을날 성장한 여인처럼
쪽빛 바다를 치마처럼 두르고
흰 갈매기를 벗삼아
초연히 살고 있었다

햇살은 물 속을 깊이 파고들어
엑스레이처럼 환히 비춰주고
해초들 춤추는 속에
이름 모를 물고기 떼가
한가롭고 평화로이 노닌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태양도
잠시 오수를 즐기던 한낮
맑디맑은 푸른 바다에
잠시 손발을 담그고
수줍은 채 서로 체온을 나눈다

차고 차매 시린 손을 뽑아
얼른 들여다보니
어머나
그 새
손등에 쪽빛 물이 들었다



7. 독도의 갈매기


                               오 정 방



조금도 때묻지 않아
더 없이 깨끗한 곳에서 사는 새
나래 치며 바다 위를  날다가
언제나 제 집 찾아 돌아오고
너울너울 창공에서 춤을 추다가
아무때나 되돌아와서 쉬는 새
바다제비, 슴새들과 친구하며
흥에 겨워 즐거이 노래하는 새
자유, 너무나 자유스러워
가장 평화로운 곳에 사는 새

때론 인간이 그립지만
그 그리움조차 잘 참아내는 새
고독이랄까 외로움이랄까
그런 것은 이미 다 초월해 버린 새
오늘도 저들끼리 정다운 말 주고받으며
하늘의 커다란 원고지에
도무지 알 수 없는 글씨로
지금도 거침없이 시를 쓰고 있을
독도의 갈매기,
다시 보고 싶은 괭이갈매기

                   <2001. 7>


8. 독도, 그 눈 덮인 모습이 보고싶다


                               오 정 방



꿈꾸듯 아득한 빈 바다에
하늘의 눈 꽃가루
낙화처럼 쏟아질 때

바닷물을 만나면
아무리 많은 눈송이도
아무리 굵은 눈송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더러는
고고한 바윗섬을 만나
쌓이고 쌓여
하얀 분장을 하나니

동도와 서도
너,
눈 내리는 한 바다에 드러누워
두 개의
거대한 흰 이빨이 되어 미소짓는
아! 바로 그런
독도, 너의 눈 덮인 모습이 보고 싶다

                    <2001. 2>



9.   아름다운 독도

                            
                       오 정 방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
이런 말보다
엄청 더 아름다운 섬

정이 간다
참 정이 간다
이런 낱말보다
훨씬 더 애정이 가는 섬

소중하다
참 소중하다
이런 단어보다
몇 만 배 더 귀중한 섬

                              <2001. 5>



10. 일본을 향해 독도가 외친다


                               오 정 방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테생부터 나는
조선의 땅이요, 한국의 영토니라
세종실록世宗實錄을 보아라
매천야록梅泉野錄을 보아라

맥아더 라인도 12마일 동쪽에 그어졌고
해양주권선은 두 말할 것도 없는데
저 노일露日전쟁 당시,
지금 상상만 해도 불쾌한 일본군의 군화에
내 허리가 짓밟힌 역겨움이사
새삼 떠올리기조차 치욕이거늘
왜 일본은 요 수 삼년 사이에 부쩍
억지 떼를 쓰며 광기를 부리는가

한국의 독도기념우표 발행을 중단하라니
이 무슨 해괴한 간섭이며
내가 여전히 일본땅이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망언
참으로 가소롭고 분노마저 치미는데
갈매기도 어이없어 날명들명 웃어댄다

나는 이대로가 좋아
선비의 나라 한국의 영토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해 있는 이대로가 좋아
한바다 가운데서 목청껏 외치나니
나는 일본의 다께시마竹島가 아니야
나는 엄연한,
한국의 독도獨島란 말이야, 독도

                        <2004. 1. 11>




11.  후지산을 준다해도 독도와는 바꿀 수 없다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망언을 규탄하며

                                  

                                오 정 방



일본 땅덩이를 통째로 준다하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지 모르지만
아무런 조건없이
후지산을 그냥 준다해도
우리의 독도는 포기할 수 없다

묻지마라
잘 알면서 그 이유를 묻지마라
그래도 꼭 들어야겠다하면
당당히 말하리라

일본이 아무리 억지를 쓴다해도
독도, 그 독도는
한국영토가 틀림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절대로 일본영토가 될 수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2004. 1. 16>




12.   독도로 가는 한 여류시인의 집념

                                  오 정 방


그는 왜 오늘 독도로 가나
이권이 있는 것도
영화가 기다리는 것도
명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그는 굳이 왜 저 멀리 독도로 가나
본적지를 독도로 옮기고
주거지를 독도로 이전하며
스스로 가시밭길을 숙명처럼 걸어가는
그는 순수한 독도지킴이
그는 용감한 독도여전사
그는 신실한 독도전도사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독도는
문학이요, 철학이요, 하나의 종교다
그는 독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그는 독도의 아픔과 슬픔을 크게 울고
그는 독도의 고독과 외로움을 고뇌한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도 해보았고
관계당국에 독도수호를 위해 호소도 해봤지만
돌려받은 것은 언제나 조소와 질시와 냉대 뿐
그래서 작은 몸으로 독도를 몸소 지켜내기 위해
여려운 아마무선사 자격증을 따내고
더 어려운 항해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기에 이른다

아, 누가 아느냐
한 여류시인의 이 숭고한 집념으로
어느날 저 사악한 일본이
더 이상 독도영유권 주장에  말문을 닫을지를

<2004. 2. 21>



13.  독도여 굳세어라

- 日 극우단체의 망동을 보고

                              오 정 방


벌건 대낮에 도적놈들이
이웃집 담을 넘는다
보란듯이 큰소리 치며
재물도 마음도 훔치려 한다
몰라도 너무 모르고
억지도 너무 억지떼다
독도가 여전히 자기네 땅이라고
일본 아이들이
역사와 국제법을
헌신짝퍼럼 내동댕이 치고 있다
신의와 예의를
휴지조가처럼 내팽개 치고 있다

우리의 독도,
저는 눈 하나도 껌뻑하지 않는다
저는 한 발짝도 꼼짝않고 있는데


                   <2004. 5. 6>



*일본의 극우단체 ‘시도가이’회원들이
일본정부의 묵인 아니면 방관한 상태에서
독도상륙을 하겠다고 일본을 출발했다가
돌아갔지만 저들이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는데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14. 다시 독도를 떠올린다

               -첫 상륙 35주년을 맞으며



                                  오 정 방


망망한 큰 바다 한 가운데
태고적부터 의연하게 자리 잡은 너
한 번도 옮겨 앉은 적 없고
한 번도 돌아 선 적도 없고
한 번도 가라앉은 적 없고
한 번도 솟아난 적도 없이
처음에 생긴 모양 그대로
애초에 있던 모습 그대로
제 자리를 당당하게 잘 지키며
누천년을 그렇게 지켜온 너, 독도

첫 만남의 설렘 내 가슴에 품고
네 품속 짧은 4시간의 기억을 보듬으며
서른 다섯 해, 연인처럼 사모하였어라
너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려니와
너의 영토적 중요함도 중요함이려니와
외침과 얼토당토 않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네가 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한 연민이야
목석인들 어찌 모른다 외면할 수 있겠느냐
힘도 없고 방법도 없어 속만 태우는 나는
붓으로 밖에 위로할 길을 찾지 못하는구나


                               <2004. 9. 2>



*필자는 (사)한국산악회(1945년 창립) 구토순례대의
부대장으로 ‘69년 9월 2일 독도에 처음 상륙했다.
지금 기억나는 대원으로는 류홍열, 이숭녕, 윤두선,
임석제, 기근원, 김근식, 김영은, 김운영, 이시복,
박영현, 황치호, 이시원, 이창남 씨 등 모두 합쳐
2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서도 이미 작고한 분이
적지 않다.



15. (17자시)  독도

                     오 정 방




이상의
의미를 가진
한국
최후의 자존심


                    <2004. 9. 24>





16. 독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 정 방



유독 울릉도와 독도에만 눈이 내린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도시들을
훌쩍 지나고 또 건너 뛰어서
마침내 거기까지 날아간 흰눈이
바로 여기다 하고 내려 앉는 곳이 독도다
마치 손바닥만한 하늘 조각들이
저마다 한가지씩 소망을 담고
나비처럼 너울 너울 춤을 추다가
대부분 푸른바다에 잠수하여
끝내 솟아 오르지조차 못하는데
더러는 섬위에 안착해 뭉쳐서
아름다운 설국을 지었다
그 흔한 징글벨소리 들리지 않아도
바람소리 윙윙 찬송처럼 들려오고
파돗소리 철석 철석 장단 맞추니
축복의 섬 독도는 외롭지 않다
영광의 섬 독도는 서럽지 않다
2004년 주 오신 날,
독도는 지금 화이트 크리스마스


                     <200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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