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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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7 07:32

김진학 조회 수:314 추천:28

땅 / 김진학


샤워를 하면 뼈 없는 살갗이 무성한 털 사이에서 흔들흔들 춤을 춘다  2만 마리의 정자(精子)중에 가장 건실한 놈이 되어 삼백 예순 다섯 날을 숱하게 넘기고도 모자라 때만 되면 배설을 위해 체면 없이 일어서던 거므티티한 살갗을 보며 5천년 묵은 땅위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배설을 하고 사라져 갔을까 그래도 그립다 얼마 전 간암으로 죽은 친구 부인의 초상집에서 먹던 돼지고기 편육처럼 이 땅에 묻혀 숱한 벌레들에게 먹힐 썩어질 몸뚱아리를 아침저녁으로 정성스레 비누칠하고 닦고 광내고 스스럼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틈새에 끼어 하루에도 수천 마디의 말들을 듣고 뱉는 그 순박한 사람들의 얼굴이 그립다 4월이 코앞에 있는데 눈이 내리는 땅이라 해도 그리운 것은 그립다 바다 한가운데 주먹만하게 떠있는 화산암이라 해도 결코 내 줄 수 없는 땅이기에 그립다 가난했기에 난도질당했던 쓸쓸한 역사이기에 더욱 그립다 이 땅에 때어난 순종(純種)이기에 더는 강간(强姦)당할 수 없는 거룩한 땅이기에 흔들거리는 털 속의 살갗이 생산을 위해 때없이 일어나듯 산처럼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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