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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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떠나는 날을 위한 기도

2005.05.11 18:29

김진학 조회 수:306 추천:34



    나 떠나는 날을 위한 기도 / 김진학


    나 떠나는 날에도
    길에는 무심한 듯 자동차도 다니고
    산에는 나무들 서있고
    내가 물주며 보살피던 꽃나무엔
    예쁘고 향기나는 꽃이 피게 하소서

    숨가쁘게 밀려오는 고독과
    내 안에 잠든 그리움의 노래를
    불러내어 깨우는 일로
    살아 온 날들의 아픔에 눈물지는 일은 없게 하소서

    나뭇잎으로 떨어져 나간
    가을의 뒷곁에서
    또 다른 계절의 주인으로
    파리한 얼굴로 다가오는 겨울을 맞는 일처럼
    슬픈 일도 없게 하소서

    어린 시절 동안이던 친구 녀석의
    찌들어 늙어 가는 얼굴을 보는 일 같은
    뒹글어 헐떡이다 죽어 가는 가을을 보는 일 같은
    인생의 쓸쓸함도 없게 하소서

    나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바닷 고동의 속같이 구비 돌아가는
    가파른 인적 없는 산길을
    회한으로 걸어도
    시간의 무게에 눌려
    날마다 아픔으로 미리 죽어 가는 일은
    없게 하소서

    나 떠나는 날은 잠자듯
    가게 하소서
    내 삶의 무게는 내 어깨에만 지고
    아름다운 이별이 되게 하소서

    그래서
    내가 아는 아주 적은 숫자의 사람들 가슴에서
    선한 얼굴과 둥근 성격의 소유자란 이름으로
    생각나면 기억되게 하소서

    그 자리에 서있어 아름다운
    한 그루 나무로 만족하다
    하늘 보며 미소짓는 얼굴로
    가게 하소서

    나 이승에 오지 않을 때처럼
    따사로운 해가 비치고
    꽃잎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런 세상에서
    아름다운 이별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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