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江가에서

by 홍인숙(Grace) posted Oct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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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  홍인숙(Grace)
    

  

약속도 없이 강가에 왔다

막다른 길인 줄 알면서도
날마다 먼 길 걷는 발걸음으로

창백히 꽃 내린 빈가지 곁에서
가장 아름다움으로
다시 피는 꽃송이처럼

헤어짐이 있음을 알면서도
인연이려나 헤매 돌고, 돌고
이별의 저린 가슴으로
다시 물빛 그리움을 안았다

손끝에 먼지조차 털어야 함에도
끊임없이 채우려는 허허로운 욕심
가진 게 많아 서 있음도 고단하다  

안개 서린 강물에서
물밑의 아늑함에 젖어
삶의 매듭을 보지 못하는 나  

눈먼 날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