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

by 홍인숙 posted Dec 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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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진 자리



                                  홍인숙(Grace)



   꽃이 진 자리에 나직한 선률
   어느 허망한 꽃잎이 모여
   늦가을밤 낡은 현을 키고 있는가

   남루한 세상으로 향한 발돋움에
   눈물대신 빛으로 살라시는 음성
   낮은 곳을 보라시는 당신이여

   가을을 배웅하는 이슬비는
   마른 수국 잎을 적시고
   까슬하게 부스러지는 꽃망울을 끌어안는다

   외진 골목 돌아 돌아
   눈물 그렁이며 듣는 이별곡이라면
   이별도 새로움의 시작인 것을

   또 어느 밝은 목숨이 피어날까
   파랗게 멍이든 꽃이 진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