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53
전체:
457,843


2010.09.30 15:56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조회 수 1131 추천 수 1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download.blog?fhandle=MDl4aGJAZnM3LmJsb2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홍인숙 (Grace)




          아침 출근길이었다.
          무엇인가 파르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그 미동(微動)이 아기 잠자리 같기도 하고
          철 이른 가랑잎 같기도 했다. 

         조심스레 차에 올라 백 미러를 보니
         어느새 노랗게 익은 가로수 잎새 하나가
         작은 왕관처럼 머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가을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긴 여름 황홀한 자태를 잃지 않던 꽃들과
         풀잎마다 초록을 머금던 무성한 숲들이
         어느 날 일제히 잎을 내리고
         여윈 몸 가득, 하얀 눈가루를 덮고 웅크리고 있다면 
         그 황당함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고사리 손가락 같던 봄 햇살에서
         태양의 일렁임이 충만했던 여름이 막바지로 들어서기 전 
         나는 서둘러 가을을 준비했어야 했다.

         지는 꽃과, 허전한 바람, 타지도 못하는 저녁놀,
         내 곁을 떠나는 정든 사람의 몸짓에도
         가을이라는 이름을 안고 성숙해져야 했다. 

         가을은 헤어짐이 아름답도록 준비된 자연의 질서이며
         '허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낭만적인지 가르쳐주는 
         향기로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또 얼마나 많은 시인이 태어나고
         얼마나 많은 쓸쓸함이 그들의 가슴속을
         십자수 놓듯 촘촘한 그리움으로 영글어 들것인가.

         무수히 반복되는 여름과 겨울,
         그 상반(相反)의 계절을 이어주는 낭만의 징검다리를
         살며시 딛고 선 아침에
         백 미러 속에는 노란 잎새 하나 왕관처럼 쓴
         철없는 여자의 눈망울이 스쳐 가는 가을에 걸려있다.



?

  1. ★ 홍인숙(Grace)의 인사 ★

    Date2004.08.20 By그레이스 Views1601
    read more
  2. 겨울의 퍼포먼스

    Date2004.11.28 Category By홍인숙(그레이스) Views676
    Read More
  3. 겨울밤

    Date2002.12.09 Category By홍인숙 Views368
    Read More
  4. 겨울 커튼

    Date2003.12.01 Category By홍인숙 Views503
    Read More
  5. 겨울 장미

    Date2002.12.25 Category By홍인숙 Views399
    Read More
  6. 거짓말

    Date2004.01.05 Category By홍인숙 Views487
    Read More
  7. 개나리꽃

    Date2005.05.09 Category By그레이스 Views710
    Read More
  8. 강가에서

    Date2010.09.19 Category By그레이스 Views1105
    Read More
  9. 감나무 풍경

    Date2004.11.28 Category By홍인숙(그레이스) Views603
    Read More
  10. 가을이 오려나보다

    Date2003.09.08 Category By홍인숙 Views528
    Read More
  11. 가을엔 슬프지 않은 이유

    Date2004.10.31 Category By홍인숙(그레이스) Views664
    Read More
  12. 가을비

    Date2002.12.09 Category By홍인숙 Views375
    Read More
  13. 가을, 떠남의 계절

    Date2016.12.03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190
    Read More
  14.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Date2010.09.30 Category By그레이스 Views1131
    Read More
  15. 가을, 江가에서

    Date2004.10.04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648
    Read More
  16. 가을 정원에서

    Date2006.01.05 Category By홍인숙(그레이스) Views578
    Read More
  17. 가을 엽서

    Date2002.11.26 Category By홍인숙 Views351
    Read More
  18. 가을 그림자

    Date2002.11.26 Category By홍인숙 Views356
    Read More
  19. 가로등

    Date2016.11.02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69
    Read More
  20. 가끔은 우울하다. 그리고 외롭다

    Date2016.11.02 Category By홍인숙(Grace) Views7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