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7
전체:
457,380


수필
2005.09.02 04:02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

조회 수 1601 추천 수 115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


홍인숙(그레이스)



가을을 재촉하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야자나무 사이로 살그머니 내려와 앉는다.
여름내 아이들의 유쾌한 소음을 간직했던 수영장의 파란 수면이, 말없이 바람결에 동글동글
파문을 일으키며 다가올 계절의 낭만을 예고하고 있다.
슬기로운 삶을 누리려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희망이 있
으면 좌절이 있듯, 상반되는 상황을 예감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리라. 또한 내가 처한
현재의 상황에도 적응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살면서 자주 두 갈래 길에서 선택으로 번민하게 된다. 그리곤 어떤 이유로든 한 갈래 선택한 길을 걸으며 다른 한 길은 미래의 희망으로 남겨 놓는다. 그렇게, 안 가본 길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도 있을수 있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레임이 이루지 못한 욕망이 되어 회한으로 남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한 갈래 길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해도, 나는 그 오직 한 갈래
길을 걸으면서도 두 가지 생각으로 번민했을 것이다. 그것은 직관적인 의지의 선택에서만이 아니라 감성의 선택에서도 나타난다. 똑같은 상황에 있더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안게 되는 것처럼, 순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성의 차이일 것이다

두 갈래 길에서 어느 한 갈래의 길을 선택하였다거나, 한 갈래 길을 걸으며 두 가지 상반된
생각으로 번민을 했다거나...사실, 이런 것들은 나이가 들면서 별로 중요한 것 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추상적이거나 객관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것에 생각이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계절이 재빠르게 바뀌듯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도 바뀌어간다.
이제 더 이상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레임이나 후회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리라. 비록 내가 선택한 길에 고통의 시간들이 있을지라도,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회한이나 욕심 없이 현재에 최선을 다 하는 삶이 가장 진실한 삶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
  • ?
    홍인숙(Grace) 2015.07.29 10:19
    사은 (2005-10-06 00:21:06)v01.gif 
    자족하는 삶

    저도 어제는 가을 숲에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었습니다. 사람들에
    게 있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
    과 환상이 깨어 질 때 비로소 자족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이치를 깨닫
    게 됩니다.
    젊은 시절 나는 TV에 나가 프랑크 시
    나트라의 를 부를 때도 있었습
    니다. 꿈 많던 그 시절 그 때가 아쉬움
    으로 남기도 합니다.

    홍시인의 말처럼 무엇을 하느냐. 어느
    길을 걸어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아니
    라 어떤 일이든,어떤 길이든, 자족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글을 일으며 나의 길을 다시 한 번
    돌아 봅니다.

    고국의 가을 그리워 할 홍시인께 늘 신
    의 은총이 넘치길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65 수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 밤의 묵상 홍인숙 2003.03.03 971
64 수필 새봄 아저씨 (1) 홍인숙 2003.05.31 758
63 수필 새봄 아저씨 (2) / 아저씨는 떠나고... 홍인숙 2003.05.31 927
62 수필 삶 돌아보기 홍인숙 2003.12.02 868
61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899
60 수필 슬픈 첨단시대 홍인숙 2004.07.31 902
59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2004.08.17 913
58 수필 어거스틴의 참회록 홍인숙(Grace) 2004.08.17 1284
57 수필 아버지와 낚시여행 홍인숙(Grace) 2004.09.15 1019
» 수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 1 그레이스 2005.09.02 1601
55 수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의 에피소드 홍인숙(그레이스) 2005.11.02 1134
54 수필 슬픔대신 희망으로 홍인숙(Grace) 2016.11.07 46
53 수필 둘이서 하나처럼 홍인숙(Grace) 2016.11.07 86
52 수필 아버지의 훈장(勳章) 홍인숙(Grace) 2016.11.07 64
51 수필 삼월에 홍인숙(Grace) 2016.11.07 135
50 수필 나눔의 미학 홍인숙(Grace) 2016.11.07 55
49 수필 또 다시 창 앞에서 홍인숙(Grace) 2016.11.07 45
48 수필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홍인숙(Grace) 2016.11.07 65
47 수필 박 목월 시인님 홍인숙(Grace) 2016.11.07 98
46 수필 아침이 오는 소리 홍인숙(Grace) 2016.11.07 12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