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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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07 13:25

자유로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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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움을 위하여
                 


                                                                                                       홍인숙(Grace)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인간은 어느 한계까지 정직할 수 있을까.

연일 방송되는 프로 풋볼 선수 O.J. SIMPSON의, 부인 NIKKOL 살해혐의 재판은 오래 전부터
집착되어 오던 이런 물음들을 상기 시켰다.

열 일곱 살 때의 여름이었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안양 포도밭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뜻밖에 안양 소녀 감화원 원생들의 노동 현장을 보게 되었다.
황량한 들판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힘겹게 작업하던 그들. 단발머리에 허름한 작업복 차림, 기
미가 까맣게 내려앉은 얼굴 위로 표정 없이 걸린 눈동자들.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믿기 힘든, 피로와 허무로 가득찬 그 모습들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의 하루, 뜻밖에 충격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들에게 향한 연민은, 죄에 대한 두려움과 한줄기 바람에도, 무심히 떠다니는 풀벌레에게도 절
실한 의미를 나눌 수 있는 성숙함을 배워 주었다.
  
그후 많은 세월이 지나 다시 한 번 갇혀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접하게 되었다.
미국으로 이민온 직후, 알카트래스 섬에 갔었다.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 바다 한 가운데의 작은 섬. 그곳이 그 옛날 악명 높던 교도소 인
줄이야...
굵은 쇠창살, 죄수들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감방 내부와, 그들이 남긴 무수한 낙서들
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낮이면 푸른 창공을 자유로이 나르는 갈매기를 보고, 밤이면 마주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멸
하는 환락의 불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죄를 짓는다는 것은 더 이상 인간적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리라.
손끝에서 느끼는 자유로움마저 포기하고, 스스로 고통의 나락으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자유로움].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이모든 자유로움에 감사하며, 하루 빨리  O.J. SIMPSON 의 재
판이 종결되기를 바란다.
그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 1995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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