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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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2017.04.08 03:21

Ode to joy


부다페스트/ 장요원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들을

다뉴브강 물결이 신었다 벗었다 하는 것은

걸음의 의지와는 무관하지

 

강으로 뛰어든 노란 버스가

유람선의 기분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구급차가 관여할 일이 아니야

 

지퍼처럼

배를 신은 버스가

여미고 있는 강을 열어젖히네

 

호텔식 아침 식단에 놓인 무화과는

너무 단단해

무화과를 신고 있을 사과를 생각하니

껴입은 기분이 헐렁해지네

  

지하철에서 만난 여인은

아침 사과처럼 주근깨가 박혀 있고 붉은 기운이 돌아

아는 말을 건네면

모르는 말이 튕겨 나올 것 같아

 

흠집이 없는 사과는

꼭 죄는 신발일 거야

 

오랫동안 주인을 신지 못한 신발들은

햇빛 아래서도 스폰지 같은 어둠을 신고

브론즈가 되어간다

 

걸음들이 맨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걸어도 닳지 않는

바닥을 견디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6년 1월호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여행객들에게 부다페스트는 도나(독일에서는 도나우, 영어식으로는 다뉴브라 불리는)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부다와 페스트 지역의 경관, 특히 새벽 1시까지 조명이 켜지는 환상적인 야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람선을 타고 세체니 다리 밑을 지나며 조망되는 부다왕궁,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등 유럽의 3대 야경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평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야경은 충분히 새로운 경탄을 자아낼만했다. 그리고 직접 경험하진 못했으나 ‘강으로 뛰어들’수 있는 수륙양용 노란버스도 있다고 들었다.

 

 헝가리하면 왠지 배고픈 나라일 것이란 선입견은 단박에 전복되고 만다.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란 시와 더불어 2차 대전 후 50년간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 때문에 우중충한 사회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림짐작도 싹 씻겨 내려갔다. 아시아의 훈족이 세운 헝가리는 제주를 제외한 남한과 비슷한 면적이며 인구도 1천여만 명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유대인이 대다수이긴 해도)를 14명이나 배출해낸 과학기술 강국이다. 비타민C를 발견하고 임플란트를 고안하고 볼펜을 발명하고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만든 나라다.


 이만하면 야코가 죽을법한데, 지금의 활기찬 겉모습 이면에는 주변국의 지배를 받으며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해온 아픈 역사가 감춰져 있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는 나라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이 많이 거주했던 헝가리는 나치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당했다. 

도나 강변 한쪽엔 ‘누군가 벗어놓은 신발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얼핏 영화 ‘글루미선데이’가 연상되면서 음산한 기운이 확 번졌다. 

물론 자살한 사람들이 막 벗어놓은 신발은 아니다. 

전쟁 막바지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대인을 기리기 위한 메모리얼이었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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