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3
어제:
5
전체:
457,746


조회 수 1172 추천 수 1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홍인숙씨의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를 읽으며

                       강현진 (전 한국학교교장)


  홍인숙씨의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시집을 읽다보니 40년 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시인 모윤숙씨가 쓴 '렌의 애가(哀歌)'를 읽은 기억이 생각난다.
  나는 그 시집을 수업 시간에 보다 선생님에게 들켜 벌을 받은 적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감정의 변화가 많던 청소년 때에 '렌의 애가'가 너무나 사랑의 표현이 멋지고 감동적이었던지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서 세월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시의 일부를 외울 수 있다.
  
  "시몬, 그대는 들리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나는 당신과 함께 낙엽이 떨어진 산길을 걷고 싶소/ 시몬,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오솔길에서 낙조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 곳을 다시 걷고 싶소/ 시몬, 그대가 떠난 어딘가는 / 나는 그대의 발자취를 따라 먼 길을 가고 싶소.."
  
  이런 로맨틱한 시는 내가 철없이 짝사랑하던 그 때의 나의 사랑을 호소하기 위하여 '렌의 애가'를 흉내내어 어느 소녀에게 보냈던 그 한 구절이 지금도 나의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우습기도 하고 부끄러운 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원대한 이상이 지금까지도 조금이나마 남아 있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는가 라고 자위도 해 본다.
  
  나는 젊은 날에는 위대한 문학가가 되고 싶었고 멋진 시를 쓰고 싶어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문학과는 거리가 먼 생활 속에서 사무치는 것은 시를 잊고 산 지난날의  아쉬움이 나를 괴롭힌다.
이런 고독속에서 홍인숙씨의 시집을 읽다보니 나의 답답한 마음을 쉽게 달래 볼 수 있었고 또 그의 시를 통하여 나의 마음속에서 젊은 날의 고민과 이상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홍인숙씨의 시를 몇 편만 소개한다면 첫째로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시였다.
  
  "사는 것이 답답하여 울고플 땐/ 가슴 속 별밭에 누워/ 별을 헨다/..중략../갈곳 없이/ 어머니가 그립고/ 자는 아이라도 깨우고픈/ 하얀 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그가 답답해하는 마음이나 내가 답답해하는 괴로움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시간보다 고난의 시간이 더 많고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큰데 작가는 그 인고의 세월들을 얼마나 답답해했으면 자는 아이라도 깨워 그 고통을 하소연하고 싶었을까 하고 말이다.
  
  두 번째로는 "사랑은/ 길어내도 길어내도 마르지 않는 / 정갈한 샘물 같은 것.."이라고 노래한 사랑의 시이다.

  사랑이란 샘물처럼 푸고 또 퍼도 마르지 않는 영원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했다. 그 샘물 같은 사랑을 남편과 자식, 그리고 이웃에게 골고루 주고 싶은 사랑, 그런 휴머니즘 같은 사랑을 말이다. 그 사랑은 메말라 가는 우리 가슴 속에 정말 인정이 넘치는 서정시였다.
  
  마지막으로 감명 깊은 시는 [공원 벤치에서]였다. "힘든 세상 걸어가다 / 잠시 쉬고플 때/ 누가 내게 어깨를 내어 줄까/ 긴 여정에 지쳐/ 풀잎처럼 가벼울 때 / 누가 내게 가슴을 내어 줄까.."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 속에는 수많은 고통과 슬픈 사연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고통을 받아 줄 수 있는 마음, 시인은 안락한 의자처럼 모든 이의 안식처가 되고 싶어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 벤치가 남편, 이웃,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다고 할 때 그런 벤치가 수없이 많았으면 좋겠다.
  
  홍인숙씨의 시들은 모두가 솔직하고 진실한 사랑을 노래했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써 놓았다. 그리고 시 속에는 냉철한 이성(理性)과 지성(知性)을 바탕으로한 날카로운 시를 썼다.
  정말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시였다.


        2002년 3월 27일

        미주 한국일보
       강현진 칼럼 [글 두레]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29 시인 세계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시평 / 나그네의 향수, 존재의 소외 - 박이도 홍인숙 2004.07.30 1108
» 시인 세계 홍인숙씨의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를 읽으며 / 강현진 홍인숙 2004.07.30 1172
227 시인 세계 홍인숙 시의 시인적 갈증(渴症)과 파장(波長)에 대하여 / 이양우(鯉洋雨)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85
226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899
225 수필 슬픈 첨단시대 홍인숙 2004.07.31 903
224 꽃을 피우는 사람들 홍인숙 2004.07.31 1011
223 안개 속의 바다 홍인숙 2004.08.02 900
222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홍인숙 2004.08.02 921
221 가곡시 서울, 그 가고픈 곳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288
220 가곡시 세월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195
219 가곡시 꽃길 1 그레이스 2004.08.04 1379
218 마음이 적막한 날 홍인숙(Grace) 2004.08.16 909
217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2004.08.17 913
216 단상 마음 스침 :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윤석언 홍인숙(Grace) 2004.08.17 1232
215 수필 어거스틴의 참회록 홍인숙(Grace) 2004.08.17 1284
214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13 시와 에세이 아버지를 위한 기도 1 홍인숙(Grace) 2004.08.27 1176
212 시인 세계 시집 ' 내 안의 바다 ' 서문 / 황패강 홍인숙(그레이스) 2004.09.09 1073
211 시인 세계 홍인숙 시집 '내 안의 바다'를 읽으며 / 강현진 홍인숙(Grace) 2004.09.09 1197
210 수필 아버지와 낚시여행 홍인숙(Grace) 2004.09.15 101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