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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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에세이
2004.08.27 10:05

아버지를 위한 기도

조회 수 1176 추천 수 16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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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위한 기도 / 홍인숙(Grace)


아버지의 단장(短杖) 

               홍인숙(Grace)

70kg 체중을 받아 안는다
85년 세월이 말없이 실려온다

침묵하는 상념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굽은 다리를
묵묵히 반겨주는 검은 단장

12월 바람도 햇살 뒤로 숨은 날
조심조심 세 발로 새 세상을 향한 날
고집스레 거부하던 단장을 짚고
"난 이제 멋쟁이 노신사다"
헛웃음에 발걸음 모아보지만

늙는다는 건
햇살 뒤로 숨은 섣달 바람 같은 것
아버지 눈동자에 담겨진
쓸쓸한 노을 같은 것

*  *  *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
눈에 총기도 없어지시고 허리는 더욱 굽어지셨다.
기분도 무거우신지 하루종일 시청하시던
위성 안테나를 통해 들어오는 고국 TV 방송도 안 보시고
누워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셨다.

외출도 전혀 못하시고 식욕도 전 같지 않으신 아버지.
귀도, 눈도, 흐려지셨지만 그럴수록 생각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시는지
골똘히 상념에 잠겨 계시는 모습을 자주 뵙게 된다.

내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마음처럼 아버지의 수발을 잘 들어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늘 나 자신을 부끄럽고 마음 아프게 한다.

오늘부터 3일간 교회에서 부흥성회가 열린다.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 그 옛날 뜨거웠던 신앙심을 되찾아
열심히 기도를 드릴 생각이다.

8. 2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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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숙(Grace) 2015.07.29 10:22
    들마루 (2004-09-02 17:47:22)v01.gif 
    가만히 저려오는 마음 어쩌지 못하고 갑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기도해 드릴께요
    이름꼬 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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