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9
어제:
20
전체:
457,717


수필
2016.11.07 13:21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조회 수 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홍인숙 (Grace)



명혜를 보았다.  그녀는 군중 속에 있었다.
어렵스레 사람의 물결을 헤치고 마주한 그녀는, 그러나 명혜가 아니었다. 명혜를 꼭 닮은 여인
이었다. 그녀도 명혜를 안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명혜로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나의 연락처를 적어 주는데 왠지  매번 끝 숫자만 쓰면 글씨가 번져 엉망이 되었다.
덮쳐 오는 사람의 물결. 번지고, 다시 쓰고, 또 번지는 글씨.
더 이상 종이 마저 찾을 수 없고... 안타까워하다 잠이 깨었다.
  
명혜. 오늘처럼 봄볕이 사뿐히 내려 않은 날이면 한 다발 개나리꽃으로 다가오는 그녀.
  
고등학생 시절, 우리는 기독교 학생모임에서 만났다. 그녀는 우리의 학교가 서로 달라 매일 만
날 수 없음을 불행해 하며 늘 편지를 보내 왔다.
또, 자주 집으로 찾아와 동그란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아름답고 신나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럴 때면 항상 그녀에게서 졸졸 흐르는 청랑한 시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의 16세 생일에 두꺼운 노트 한 권을 모두 예쁜 시와 그림으로 정성스레 장식하여 건네주던
그녀. 보고 싶다.
  
언제인가. 그날도 오늘처럼 사월의 햇살이 따가웠던 날이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후암동 어느 큰 집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집에는 만발한 개나리꽃이 정원
을 넘쳐 나와 높은 돌담을 가득 덮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별들이 은하수로 내려와 불바다를 이
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고 열심히 늘어진 개나리꽃 가지를 꺾다가 인기척에 나온 남학생
을 보고 줄행랑을 쳤다.
명혜가 어떻게 알았을까.  그곳은 같은 모임에 다니던 남학생의 집이었다.

그녀는 햇살이 되었다. 아니,  사월의 햇살 속에 맑은 시냇물로, 한 다발 개나리꽃으로 그렇게
머물고 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때 그 개나리 꽃집의 남학생이 지금 초로의 신사가 되어 내 곁에 있음
을..


< 1995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149 사랑은 2 홍인숙 2004.05.03 485
148 사랑의 간격 홍인숙 2003.05.12 565
147 사랑의 간격 2 홍인숙 2004.06.18 439
146 사랑의 빛 1 홍인숙(Grace) 2016.11.22 117
145 사랑의 약속 홍인숙 2003.02.14 443
144 수필 사랑의 열매 홍인숙(Grace) 2016.11.07 75
143 수필 사랑의 편지 홍인숙(Grace) 2016.11.07 75
142 시와 에세이 사랑한다는 것으로 홍인숙 2003.03.03 934
141 사랑한다면 홍인숙(Grace) 2010.02.01 775
» 수필 사월이면 그리워지는 친구 홍인숙(Grace) 2016.11.07 65
139 수필 사이 가꾸기 홍인숙(Grace) 2020.10.04 213
138 수필 삶 돌아보기 홍인숙 2003.12.02 868
137 삶과 풍선 홍인숙(그레이스) 2007.02.08 1206
136 삶의 뒷모습 <시와 시평> 홍인숙 2003.11.05 548
135 수필 삶의 물결에서                                                               3 홍인숙(Grace) 2016.11.10 147
134 삶이 슬퍼지는 날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562
133 단상 삼숙이 나무 1 홍인숙(Grace) 2016.10.19 219
132 수필 삼월에 홍인숙(Grace) 2016.11.07 135
131 상처 홍인숙 2004.06.18 424
130 상한 사과의 향기 홍인숙 2002.11.21 561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