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 (花雪)

by 홍인숙 posted Apr 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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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눈 (花雪)




                       홍인숙(Grace)




소슬바람이 여린 꽃잎을 안고
사월의 화설(花雪)을 내린다
겨우내 걸쳤던 옷자락 깔고 앉아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세상을 바라본다

포성이 울리고
반전의 물결이 또 다른 전쟁으로 불타오르고
조국엔 파병 찬반논쟁으로 날마다 뜨겁다
하늘아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사람들은 하얀 마스크 안으로 호흡을 감춘다

봄으로 다가와
굳어진 팔다리를 툭툭 치며
향기를 품어내는 바람이여
네 침묵의 입술을 열어 말해주렴
꽃잎이 서둘러 지는 이유를
우리가 날마다 외로워지는 이유를

멀리 총성이 울리는 노을 아래로
오빠가 불어주던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온다
고향집 지붕 위를 날아다니던 민들레 홀씨처럼
허공을 난무하는 화설(花雪)이여
훨훨 평화의 춤을 추어다오
온 세상 사람들의 염원인 평화의 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