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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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2016.11.13 03:25

Ode to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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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렵유대형


대형아 노올자아” “바빠서 안 놀아

그래도 놀자” “알았다 이 웬수야

경분이 꼬임에 빠져 열미리로 달린다


정분이 그물 들고 풀섶 주위 둘러치면

미친 듯 물탕치며 몰아가는 대형이

어영차 은빛 물고기 펄떡이며 올라온다


피라미 모래무지 구구리 중태미를

소리치며 주워 담기 여념 없는 윤옥이

경분인 핸드폰 들고 인증 샷 바쁘다네


솥 걸어 고기 넣고 양념 넣어 끊는 동안

준비한 수제비를 듬성듬성 넣어 주니

매콤한 매운탕 향기 천지를 진동한다


걸쭉한 막걸리로 남률이와 건배하고

얼큰한 매운탕으로 기수와 정 나누니

에헤야 문학동무들 선계가 이곳일세

  

너른고을문학19》 (한국작가회의경기광주지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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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문학하는 동무들끼리 가진 천렵 모임을 시조 형식으로 재미나게 그렸다. 천렵은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다. 보아하니 한두 번 놀아본 솜씨들이 아닌 것 같다. 남들은 십년에 한번 갖기도 힘든 천렵 행사를 이렇게나 수월하게 즉흥적으로 감행할 수 있다니. 문우들 간의 끈끈하고 돈독한 우정이 아니면 보여주지 못하는 정경이다. 물론 시인은 시조의 긴장감을 위해 존칭을 생략했고 그 부분 송구하다며 이해를 바란다는 주석을 부기하였지만, 문학모임에서 이토록 허물없이 지내기가 쉽지 않다. 시인이 소속된 ‘너른고을문학회’는 경기도 광주를 근거지로 한 문인들의 모임이며 한국작가회의 경기광주지부를 겸하고 있다.


 대부분의 문학단체가 문학 활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 회원 간 교류를 통한 창작활동 증진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못지않은 중요한 목적이 친교와 친목도모이다. 사실 다른 것 다 접어두고 그 하나만 잘 돌아가도 모임의 의미로서는 충분하다. 본디 문학이란 홀로 감당하는 고독한 개별 작업이다.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문학은 개개인의 고뇌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오롯이 각자의 창의력과 기나긴 수련에서 빚어진다. 그러나 때로는 여럿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하는 긴장의 관계를 갖는 것도 상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좋은 스승과 벗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확대하는 가운데 문학적 널푼수가 생기고 문학적 역량이 증대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또한 화합과 결속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문학단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각자의 문학적 역량이나 사명감도 필요하지만 친교와 유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학회의 끈끈한 유대감은 회원들 상호간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이루어내기 힘들다. 자신이 잘났다고 치고나가는 것까지는 좋으나 상대를 무시하거나 편 가름을 일삼아서는 단체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언이나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따뜻한 격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과 배포도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특성이기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개성도 강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곱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글을 쓰는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른고을문학’은 그동안 회원 각자가 경쟁 관계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 가족처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서로의 격려역이 되어 지금의 풍토를 만들어왔다. 시에 등장하는 ‘경분’은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인 박경분 시인이며, ‘정분’은 문학회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허정분 시인수필가이다. ‘윤옥’은 정윤옥 시인, ‘남률’은 올해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강남률 시인이다. ‘기수’는 전임 회장인 한기수 시조시인이며, 이밖에 최영옥 시인, 윤일균 시인, 변정윤 시인, 박희호 시인, 정애란 시인, 김춘리 시인, 최근 입회한 이승철 시인까지 3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어제 광화문 집회에서 우연히 이들을 만났다. 대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전제버스로 올라갔지만 ‘독고다이’로 서울행 입석열차에 몸을 실었다. 작가회의 깃발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다가 딱히 만나야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눈도장 찍을 일도 없기에 그냥 슬그머니 군중 속에 섞였다가 내려올 요량이었다. 때마침 전화가 와서 그들이 있는 장소까지 분속 5미터의 속도로 이동해 겨우 만났다. 구중서 전 작가회의 이사장께서 푸짐하게 사주신 음식을 먹으며 생각했다. 고향과 고향의 후배를 지극정성으로 아끼는 구 박사님 같은 분이 계셨기에 오늘날의 ‘너른고을 문학’이 존재할 수 있었으리라.


 대접받는 데만 익숙한 원로가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무엇이든 베푸는 것이 몸에 밴 원로 선배문인을 보유한 ‘너른고을문학’으로서는 홍복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그들이 툭하면 누리는 그 ‘선계’도 어쩌면 그것에서 비롯되었으리 ( 글 권순진 )


"https://www.youtube.com/embed/LakeSfb9T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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