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41
어제:
189
전체:
456,273


수필
2016.11.14 09:15

나를 부르는 소리

조회 수 203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를 부르는 소리 / 홍인숙(Grace)



태어날 때, 내게 붙여진 호칭은 단 하나였다.
그것이 세월의 결에 비례하여 하나, 둘 늘어나 지금의 난,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

우선 결혼을 하고 미국에 오면서 25년 동안 내게 소속되었던 성(姓)이 바뀌었고, 시댁과 친정, 사회생활에 얽히면서 나의 호칭은 수 없이 늘어났다.
결혼 후, 남편에게는 여보 라는 아내로, 아이들에게는 엄마로, 친지들에게는 아이들의 엄마로 불리고, 한글학교에선 선생님, 교회에 가면 집사님으로 통한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호칭에 따라 긴장하며 살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도 가장 정다운 것은 내 어릴 때, 친정부모님이 불러주시던 '숙아' 와,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불러주시던 '에미야'다. 나를 사랑으로 불러주시던 정겨운 목소리, 자다가도 들리는 듯한 그 음성에 지금도 가슴이 메어온다.

친지들이 불러주는 "리챠드 엄마" "크리스 엄마"라는 소리도 듣기 좋다.
그때마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가슴에 포근히 안기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면 교회에서 집사님으로 불릴 때, 하나님이나 교인들 앞에 늘 나의 부족한 모습이 떠올라 정말 부끄럽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불려지는 호칭 앞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살아가면서 점점 늘어나는, 인간관계에 얽힌 보이지 않는 끈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를 구속하고, 그에 따라 나의 존재를 나누어 표출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그것은 꼭 나를 부르는 소리에 따라 내게 이탈할 수 없는 배역이 주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내 안에 여럿의 타인이 존재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도 자신과 온전히 친숙해 질 수 없는 모순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주시고, 한세상 살아가면서 외롭지 않게 기대어 살 수 있도록 가족과 이웃이란 구성원을 주신 것을 생각하면, 나도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나를 부르는 그 모든 소리에 사랑을 갖고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 1999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 ?
    Chuck 2016.11.14 09:40
                                                        *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 *


    131 누른다


    안녕하십니까

    서울 지방의 일기 예보입니다

    오늘 내일 모레 날씨는 1번

    해상 날씨는 2번

    기상 특보는 3번

    현재 날씨는 4번

    주간 날씨는 5번

    다시 듣기를 원하시면 별표

    다른 지역의 날씨를 원하시면

    0번을 눌러 주십시오

    별표를 누른다

    다시 듣는다



    갈 곳도 없다

    전화 오는 곳도

    걸 데도 없다

    기상예보를 듣는다

    이 목소리가 좋다

    나를 싫다 하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embed/T9NA1R4UIpA" 

  • ?
    홍인숙(Grace) 2016.11.14 12:23
    시니컬하면서도 여운 짙은 글입니다.
    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309 신기한 요술베개 홍인숙 2004.07.05 1165
308 단상 마음 스침 : 시인 선서 - 김종해 홍인숙(그레이스) 2007.11.27 1163
307 시와 에세이 수국(水菊) / 어머니의 미소 홍인숙 2003.08.07 1156
306 단상 마음 스침 : 가재미 - 문태준 1 홍인숙(그레이스) 2005.04.04 1135
305 수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의 에피소드 홍인숙(그레이스) 2005.11.02 1134
304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그레이스 2010.09.30 1131
303 불면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1112
302 시인 세계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시평 / 나그네의 향수, 존재의 소외 - 박이도 홍인숙 2004.07.30 1108
301 가곡시 가고픈 길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1 1108
300 강가에서 그레이스 2010.09.19 1105
299 단상 마음 스침 : 착한 헤어짐 - 원태연 홍인숙(그레이스) 2004.10.13 1090
298 시인 세계 홍인숙 시의 시인적 갈증(渴症)과 파장(波長)에 대하여 / 이양우(鯉洋雨)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85
297 시와 에세이 첫사랑을 찾는 가브리엘 홍인숙 2003.03.03 1079
296 진눈깨비 내리는 날 그레이스 2010.09.19 1076
295 시인 세계 시집 ' 내 안의 바다 ' 서문 / 황패강 홍인숙(그레이스) 2004.09.09 1073
294 떠도는 섬 홍인숙(Grace) 2010.02.01 1049
293 풀잎 홍인숙(Grace) 2010.02.01 1048
292 사람과 사람 사이 그레이스 2010.09.18 1046
291 단상 내 안의 그대에게 (2)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42
290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 그레이스 2006.01.05 103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