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0
어제:
8
전체:
457,396


수필
2016.11.07 13:42

감사와 기쁨

조회 수 6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감사와 기쁨



                                                                                   홍인숙(Grace)
    

    

둘째 아이가, 작년부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제 용돈을 벌어 쓰더니, 올 여름방학을 맞이하여서는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섰다. 11학년이라 대학 진학 준비에 신경을 써야 할 때에 밤낮 없이 일에만 매달리니 나로서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고, 자주 아이와 마찰이 일어났다.
  
남편과 함께 아이가 일하는 레스트랑에 들러보았다. 우리는 아이가 단순히 웨이터일 만 하는 줄 알았다.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님 접대에 음식 서브, 카운터의 계산 등, 긴 시간을 쉬지 않고 바삐 뛰어다니며 일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큰 식당 바닥을 청소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아무리 제 용돈벌이라지만 마음이 착잡하여졌다.
많은 아이들이 방학이라 여행도 다니고 놀 때에 그 아이의 땀흘리는 노동의 모습을 본 후로는, 일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예전처럼 '방 치워라!' '공부 해라!' 잔소리를 할 수 없었다.

일요일이었다. 온 가족이 교회에 참석하느라 조반을 서두를 때에 아이가 일하는 레스트랑에서 전화가 왔다. 연휴로 종업원들이 모두 휴가를 가 일할 사람이 한 사람도 안 나왔다는 것이다. 잠시 주저하던 아이는 곧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태어난 후로 지금껏 주일 성수는 좀처럼 빠지지 않던 아이가 교회 대신 일을 간다니 신경이 예민해진 나는 아이를 꾸짖었다. 아이는 예배가 중요한 것도 알지만 일할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그 식당에서, 지금 자기를 필요로 할 때 도와주어야 한다며 한번만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헌금을 부탁하였다. 액수가 50여불 이나 되었다. 십일조였다.  
비로소 아이가 돈을 벌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아무도 모르게 십일조 생활을 해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야 매일 아이의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성경책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그 작은 가슴 깊숙이 신앙심이 예쁘게 꽃핀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너무 알이 작아 미안하다면서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어머니날 선물로 주었을 때, 생일이 같은 부모를 위해 고급 레스트랑을 예약하여, 어른도 망설이는 큰돈으로 남편과 나에게 식사를 대접했을 때, 난 성숙하게 자란 아이의 모습을 보고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였다.
  
그동안 아이에게 매일 SAT성적으로 다그치고, 일류 대학을 고집한 내 모습이 너무 세속적이어서 부끄러워졌다. 아이들의 성적이 무슨 소용인가. 일류 대학이 아니면 어떤가. 그저 반듯하고 건강하게 자라 주어서 대견하고, 하나님께 순종하고 나름대로 부모를 공경하려는 그 마음이 기특하고 감사하다.
  
아이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작은 것에서 기쁨과 감사를 돌리니 더욱 아이가 사랑스럽다.
자식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귀한 인격체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 일정 기간을 나는 욕심 없이 사랑으로 양육하고  아이의 앞길에 하나님의 은총이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1999년 8월 크리스챤 타임즈)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89 진눈깨비 내리는 날 그레이스 2010.09.19 1076
288 지평 홍인숙(Grace) 2016.10.01 82
287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 2004.06.28 422
286 시와 에세이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6 930
285 존재의 숨바꼭질 1 홍인숙(그레이스) 2007.02.08 1174
284 저녁이 내리는 바다 1 그레이스 2007.02.08 970
28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 그레이스 2006.01.05 1039
282 수필 쟈스민 홍인숙(Grace) 2016.11.07 66
281 시인 세계 재미 현역시인 101선 등재, 시선집 [한미문학전집] 대표작 5편 수록 홍인숙(Grace) 2016.11.01 361
280 잠든 바다 홍인숙 2002.11.13 389
279 수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 밤의 묵상 홍인숙 2003.03.03 971
278 수필 작은 일탈의 행복 3 홍인숙(Grace) 2016.12.06 234
277 작은 들꽃의 속삭임 홍인숙(그레이스) 2008.09.10 896
276 자화상 홍인숙 2003.05.12 539
275 수필 자화상 4 홍인숙(Grace) 2018.05.25 1016
274 수필 자유로움을 위하여 홍인숙(Grace) 2016.11.07 39
273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899
272 인연(1) 홍인숙 2003.03.18 520
271 인연 (2) 그레이스 2006.03.23 936
270 이유 없이 흐르는 세월이 어디 있으랴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61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