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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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6.11.10 07:37

후회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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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 없는 삶



                                                                                                                홍인숙(Grace)




흘러간 세월. 아스레한 그리움에 잠겨 지난날을 회상하다 보면 비록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잠시 행복에 잠겨 볼 수 있다. 그러나 추억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살아오면서 가슴깊이 남아있는 후회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막연한 그리움이 안타까움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내가 5살 때 한글을 깨우치게 하시고 곧바로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셨다. 그리곤 매일 붓글씨를 가르치셨다. 지금도 생각난다. 해가 훤할 무렵 긴 시간을 붓글씨 쓰기에 열중할 때, 방안까지 메아리쳐 오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바깥 세상을 동경했었는지.
  
내가 어느 정도 한글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자 다음엔 매일 신문 읽기를 권하셨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아버지는 기다리기나 하셨다는 듯이 세계문학 대전집을 사주셨다. 어린 나이에 뜻도 모른 채 세계적인 대 문호의 글을 읽느라 지새운 밤이 수북히 쌓여갔다.
이어서 한시(漢詩)를 가르쳐 주시더니 한문 붓글씨를 쓰게 하셨다. 그리고는 1960년대 후반에 벌써, 곧 우리도 일본 문화를 접할 때가 온다고 하시며 일주일에 서너 시간씩 일본어를 가르치시기도 하셨다.

대학에 들어갔다. 여자는 필체가 좋아야 한다고 펜글씨 학원에 보내 주셨다. 또 곧 一人 一 機 시대가 온다 하시며 타이프 학원과, 목공예 학원에 보내셨다. 그리곤 그것도 부족하신지, 여자의 말씨와 몸가짐,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 심지어 밥상 앞에서의 예의 등 어머니의 역할까지 대신하시며 '요조숙녀'를 만드시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실제로 내 이름대신 '우리 숙녀'라고 부르시기를 즐겨하셨다.
참으로 아버지의 열정은 끈질기셨다. 난 내가 필요로 하기 전에 준비된 그 모든 것에 서서히 질려 갔다.  
그 당시 나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은 숨쉴 틈 없이 조여 오는 밧줄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가 무척 크셨던 것 같다.
나도 가정을 갖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제야 나의 인생을 미리 보시고 준비해 주신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 것 같다.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온 나의 날들.  아버지의 기대에 조금도 못 미친 지금의 나의 초라한 모습이 부끄럽고 후회가 될 뿐이다.
  
신앙생활도 우리의 일상생활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님도 성경 안에 우리의 인생을 준비해 주시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하기를 원하신다. 그 옛날 나의 아버지가 베풀어주시던 그 염려와 사랑 이상으로 권면하시며 우리의 길을 예비해 놓고 계신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삶. 태어나자마자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인생에 벌써 한참이나 뛰어왔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아진 지금. 더 이상의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부지런히 말씀 안에서 순종하며 살고 싶다.
매일 드리는 나의 묵상이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날으리라. 그 분이 예비해 주신 귀한 천국의 비밀을 찾아서.


  (1999년 크리스챤 타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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