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0
어제:
5
전체:
457,743


시와 에세이
2003.03.03 14:06

바다로 가는 길

조회 수 833 추천 수 8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바다로 가는 길 / 홍인숙(Grace)




바다로 가는 길


               홍인숙(Grace)



산과 산 가르며
끝없는 길

구비구비 안개
촉촉한 길

사슴도 기분 좋아
나와 보는 길

즐겁게 바다로
가는 길

그러나, 그 곳
내 어머님이 긴 세월
앓고 계신 곳

해초 바람결에
어머님 밭은기침
하얗게 날리고

수평선 아래로
아득히 멀어지는
고웁던 미소

아, 어쩌나
이제 곧 그리움으로 남을
Santa Cruz

흰 갈매기 울음만 쓸쓸할
Santa Cruz.


* * *


하이웨이 17은 Santa Cruz Beach로 이어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입니다. 수려한 경치가 안개라도 모락모락 오르는 날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워 가슴이 저려옵니다.

흰 거품을 가득 안고 몰려오는 파도, 정다운 물개 소리,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파도 타기,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발걸음. 그 곳,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바닷가 근처에서 어머님은 오랫동안 앓고 계셨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새벽 등교 길에서 만나기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 년을 나는 등교로, 그분은 남산 새벽 산책으로 매일 아침 빠짐없이 만났습니다. 그후 나의 시어머님이 되셨고 막내 며느리인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 주시던 분.
미국으로 이민 오신 후에도 여전히 새벽 산책을 좋아하셔서 Santa Cruz 바닷가를 하루도 안거르시고 산책하시던 어머님은 지난 10여 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존하시면서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가고 오는 길목마다 까맣게 서러움으로 쌓여 갔고 '바다로 가는 길'을 쓴 지 일 년이 채 안된 지난 유월 말, 어머님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이제 어떻게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을까요. 환한 미소, 잔잔한 음성, 따습던 손길, 그 큰사랑을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어머니!

(1998년 9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89 사랑의 약속 홍인숙 2003.02.14 443
288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홍인숙 2004.08.02 921
287 시와 에세이 봉선화와 아버지 홍인숙 2003.03.03 713
286 시와 에세이 원로시인의 아리랑 홍인숙 2003.03.03 959
» 시와 에세이 바다로 가는 길 홍인숙 2003.03.03 833
284 저녁이 내리는 바다 1 그레이스 2007.02.08 970
283 단상 내 안의 그대에게 (2)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42
282 시와 에세이 향기로 말을 거는 시인 홍인숙 2003.03.03 751
281 시와 에세이 첫사랑을 찾는 가브리엘 홍인숙 2003.03.03 1080
280 시와 에세이 마주보기 홍인숙 2003.03.03 757
279 시와 에세이 사랑한다는 것으로 홍인숙 2003.03.03 934
278 수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 밤의 묵상 홍인숙 2003.03.03 971
277 봄은.. 홍인숙 2003.03.14 523
276 노을 홍인숙 2003.03.14 491
275 인연(1) 홍인숙 2003.03.18 520
274 봄날의 희망 홍인숙 2003.03.18 533
273 꽃눈 (花雪) 홍인숙 2003.04.08 558
272 부활의 노래 홍인숙 2003.04.19 870
271 시와 에세이 아버지의 아침 홍인숙 2003.04.23 841
270 가곡시 서울, 그 가고픈 곳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28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