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4
어제:
10
전체:
457,681


수필
2016.11.10 07:37

후회 없는 삶

조회 수 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후회 없는 삶



                                                                                                                홍인숙(Grace)




흘러간 세월. 아스레한 그리움에 잠겨 지난날을 회상하다 보면 비록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잠시 행복에 잠겨 볼 수 있다. 그러나 추억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살아오면서 가슴깊이 남아있는 후회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막연한 그리움이 안타까움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내가 5살 때 한글을 깨우치게 하시고 곧바로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셨다. 그리곤 매일 붓글씨를 가르치셨다. 지금도 생각난다. 해가 훤할 무렵 긴 시간을 붓글씨 쓰기에 열중할 때, 방안까지 메아리쳐 오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바깥 세상을 동경했었는지.
  
내가 어느 정도 한글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자 다음엔 매일 신문 읽기를 권하셨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아버지는 기다리기나 하셨다는 듯이 세계문학 대전집을 사주셨다. 어린 나이에 뜻도 모른 채 세계적인 대 문호의 글을 읽느라 지새운 밤이 수북히 쌓여갔다.
이어서 한시(漢詩)를 가르쳐 주시더니 한문 붓글씨를 쓰게 하셨다. 그리고는 1960년대 후반에 벌써, 곧 우리도 일본 문화를 접할 때가 온다고 하시며 일주일에 서너 시간씩 일본어를 가르치시기도 하셨다.

대학에 들어갔다. 여자는 필체가 좋아야 한다고 펜글씨 학원에 보내 주셨다. 또 곧 一人 一 機 시대가 온다 하시며 타이프 학원과, 목공예 학원에 보내셨다. 그리곤 그것도 부족하신지, 여자의 말씨와 몸가짐,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 심지어 밥상 앞에서의 예의 등 어머니의 역할까지 대신하시며 '요조숙녀'를 만드시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실제로 내 이름대신 '우리 숙녀'라고 부르시기를 즐겨하셨다.
참으로 아버지의 열정은 끈질기셨다. 난 내가 필요로 하기 전에 준비된 그 모든 것에 서서히 질려 갔다.  
그 당시 나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은 숨쉴 틈 없이 조여 오는 밧줄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가 무척 크셨던 것 같다.
나도 가정을 갖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제야 나의 인생을 미리 보시고 준비해 주신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 것 같다.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온 나의 날들.  아버지의 기대에 조금도 못 미친 지금의 나의 초라한 모습이 부끄럽고 후회가 될 뿐이다.
  
신앙생활도 우리의 일상생활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님도 성경 안에 우리의 인생을 준비해 주시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하기를 원하신다. 그 옛날 나의 아버지가 베풀어주시던 그 염려와 사랑 이상으로 권면하시며 우리의 길을 예비해 놓고 계신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삶. 태어나자마자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인생에 벌써 한참이나 뛰어왔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아진 지금. 더 이상의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부지런히 말씀 안에서 순종하며 살고 싶다.
매일 드리는 나의 묵상이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날으리라. 그 분이 예비해 주신 귀한 천국의 비밀을 찾아서.


  (1999년 크리스챤 타임즈 )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89 사랑의 약속 홍인숙 2003.02.14 443
288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홍인숙 2004.08.02 921
287 시와 에세이 봉선화와 아버지 홍인숙 2003.03.03 713
286 시와 에세이 원로시인의 아리랑 홍인숙 2003.03.03 959
285 시와 에세이 바다로 가는 길 홍인숙 2003.03.03 833
284 저녁이 내리는 바다 1 그레이스 2007.02.08 970
283 단상 내 안의 그대에게 (2)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42
282 시와 에세이 향기로 말을 거는 시인 홍인숙 2003.03.03 751
281 시와 에세이 첫사랑을 찾는 가브리엘 홍인숙 2003.03.03 1080
280 시와 에세이 마주보기 홍인숙 2003.03.03 757
279 시와 에세이 사랑한다는 것으로 홍인숙 2003.03.03 934
278 수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 밤의 묵상 홍인숙 2003.03.03 971
277 봄은.. 홍인숙 2003.03.14 523
276 노을 홍인숙 2003.03.14 491
275 인연(1) 홍인숙 2003.03.18 520
274 봄날의 희망 홍인숙 2003.03.18 533
273 꽃눈 (花雪) 홍인숙 2003.04.08 558
272 부활의 노래 홍인숙 2003.04.19 870
271 시와 에세이 아버지의 아침 홍인숙 2003.04.23 841
270 가곡시 서울, 그 가고픈 곳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28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