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
어제:
54
전체:
457,460


수필
2016.11.07 13:25

자유로움을 위하여

조회 수 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자유로움을 위하여
                 


                                                                                                       홍인숙(Grace)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인간은 어느 한계까지 정직할 수 있을까.

연일 방송되는 프로 풋볼 선수 O.J. SIMPSON의, 부인 NIKKOL 살해혐의 재판은 오래 전부터
집착되어 오던 이런 물음들을 상기 시켰다.

열 일곱 살 때의 여름이었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안양 포도밭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뜻밖에 안양 소녀 감화원 원생들의 노동 현장을 보게 되었다.
황량한 들판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힘겹게 작업하던 그들. 단발머리에 허름한 작업복 차림, 기
미가 까맣게 내려앉은 얼굴 위로 표정 없이 걸린 눈동자들.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믿기 힘든, 피로와 허무로 가득찬 그 모습들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의 하루, 뜻밖에 충격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들에게 향한 연민은, 죄에 대한 두려움과 한줄기 바람에도, 무심히 떠다니는 풀벌레에게도 절
실한 의미를 나눌 수 있는 성숙함을 배워 주었다.
  
그후 많은 세월이 지나 다시 한 번 갇혀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접하게 되었다.
미국으로 이민온 직후, 알카트래스 섬에 갔었다.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 바다 한 가운데의 작은 섬. 그곳이 그 옛날 악명 높던 교도소 인
줄이야...
굵은 쇠창살, 죄수들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감방 내부와, 그들이 남긴 무수한 낙서들
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낮이면 푸른 창공을 자유로이 나르는 갈매기를 보고, 밤이면 마주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멸
하는 환락의 불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죄를 짓는다는 것은 더 이상 인간적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리라.
손끝에서 느끼는 자유로움마저 포기하고, 스스로 고통의 나락으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자유로움].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이모든 자유로움에 감사하며, 하루 빨리  O.J. SIMPSON 의 재
판이 종결되기를 바란다.
그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 1995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69 이상한 날 홍인숙 2004.01.05 576
268 수필 이별 연습 2 홍인숙(Grace) 2016.11.10 106
267 이별 홍인숙(Grace) 2010.02.01 769
266 이명 耳鳴 1 홍인숙(Grace) 2016.11.22 130
265 음악이 있음에 홍인숙 (Grace) 2010.01.30 504
264 시와 에세이 원로시인의 아리랑 홍인숙 2003.03.03 959
263 단상 우울한 날의 생각 홍인숙(그레이스) 2004.10.04 959
262 와이키키에서 홍인숙(그레이스) 2005.09.02 486
261 수필 오해 1 홍인숙(Grace) 2016.11.10 122
260 오수(午睡)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3.18 795
259 오늘, 구월 첫날 홍인숙(그레이스) 2005.09.02 532
258 예기치 못한 인연처럼 홍인숙 2002.11.13 377
257 연등(燃燈)이 있는 거리 홍인숙 2002.12.09 328
256 어머니의 염원 홍인숙 2004.01.30 497
255 어머니의 미소 홍인숙 2003.06.23 591
254 어떤 전쟁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527
253 어떤 반란 홍인숙(그레이스) 2006.03.04 731
252 어떤 만남 홍인숙 2004.06.28 419
251 어둠 홍인숙(그레이스) 2005.03.08 506
250 수필 어느 날의 대화 홍인숙(Grace) 2020.10.04 18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