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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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04.07.31 01:38

일본인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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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의 용기  /   홍인숙(Grace)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의 [맞아 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을 읽었다.
  
내가 아는 분은 그 책을 읽다가 분노가 치밀어 읽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작가가 아무리 한국에서 오래 살았다지만 피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그것도 일본인이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비판한 글을 읽으면서 나도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순전히 남에게 내 식구의 흉을 보였다는 그런 차원에서만은 아니다. 대부분 그가 다각적으로 지적한 것들이 맞아떨어진 것에 대한 부끄러움 이였다. 물론 그의 편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많은 부분을 일본인과 비교하여 우리의 신경을 자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작가는, 순전히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쓴 이 책이, 한국인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레 언급하였다.

일부 일본의 지식인들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잊혀져 가는 정신대 문제를 한 일본 지식인이 양심선언을 하고, 사죄하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또 소수의 일본인들이지만 직접 한국 땅에 와서 그들이 침략 때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속죄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았다.
그리고 일본 형무소에서 그들의 약물실험으로 숨진 윤동주 시인이 단 일 년 수학한 도오시샤 대학에서는 그의 시비(詩碑)를 세우고 추모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려있다. 많은 일본 학생들이 그의 사상과 문학을 배우고, 그의 시를 암송하는 것을 볼 때, 한국인으로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그들이 해주고 있다는 것에 고맙고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도 일본 정부가 인정 안 하는 독도를 분명 한국 땅이라고 양심 선언을 하고 있다. 그의,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것에 대해 작은 애정이 간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한국인들의 비판은 거의 공통적이다. 그 중에는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다. 다만 외국인, 그것도 일본인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흥분한다는 것은, 일본인에 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이케하라 마모루가 이 책을 출판한 후, 한국인이나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속 좁지 않은 한국인의 아량과 지성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기다리자. 다음에는 그가,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인만의 자랑으로 가득 채운 또 한 권의 책을 쓸 때까지.
우리에게는 일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우리만의 은근과 끈기, 훌륭한 정서와 역사, 그리고 뿌리 깊은 문화와 전통이 있다는 것을 그가 볼 수 있기 바란다.
  
역사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조금은 잊고 용서할 수 있는 슬기로움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우상으로 가득 찬 나라, 일본에서 하나님의 복음사역에 사명을 다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1999년 7월 크리스챤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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