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
어제:
39
전체:
457,786


시인 세계
2004.09.09 04:06

시집 ' 내 안의 바다 ' 서문 / 황패강

조회 수 1073 추천 수 15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집 ' 내 안의 바다 ' 서문
                      

                     序 言



                     황 패 강          < 국문학자 >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민족상잔의 끔찍한 전란을 거치고, 서울 시내 모 여자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로 직을
옮기면서 필자는 학교 문예반의 지도를 담당하고, 문예지 출판을 위한 갖가지 행사
를 주관하면서 문학을 사랑하는 제자들과 동지적 결속을 맺은 듯이 꽤나 친숙하게
지냈다.
문학을 통해 맺어진 정이란 좀처럼 쉽게 식어 없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금도
간간 소식 전하여 오는 옛 제자들이 있다.
"행복이라는 섬"을 노래한 그레이스 홍인숙- 그는 고국을 멀리 떠나 미국땅 샌프란
시스코에서 思鄕의 노래('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詩語로 옮겨 노래불렀다.

      내 생애/ 최초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노래//..(중략)..그 땐 몰랐지/
      그것이 눈물 절절 밴/ 내 민족의 구슬픈 가락인 줄은//..(생략)

우리의 자랑스러운 시인 홍인숙은 일찍이 중학교 3학년 때 실시한 교내 백일장에서
시 '窓'으로 중, 고교 전체 장원 입상한 바 있다. 홍 시인은 지금도 부단히 시를 쓴
다.

      어둠 짙은 하늘에/ 편지를 쓴다// 흩뿌려진/ 별들을 모아/ 꼭꼭 눌러 쓴 편지  
      // 마지막 별에 실어/ 먼 나라/ 석양 깃든 강변으로 띄우면// 너는 별을 새기  
      고/ 나는 네 눈빛을 새기고// 어이하려나/ 네가 있어 더욱 깊은/ 이 밤의 쓸  
      쓸함을 ('마지막별 '전문)

홍 시인의 자기성찰은 '裸木의 외침'에서도 냉철하게 전개되고 있다.

     너희는/ 나의 황홀했던 날을 기억하는가/ 나의 그늘 아래 행복했던 날을 기억  
     하는가/ 비워낸 만큼 충만한 나의 가슴을 만질 수 있는가// 보여지는 것에 아  
     름다워 하지 말라/ 보여지는 것에 슬퍼하지도 말라// 나는 다만 때가 되어/ 척  
     박한 대지를 딛고 / 저 깊은 겨울을 향해 묵묵히 서 있을 뿐// 슬기로운 자는  
     들으리/ 내 안에서 소생하는 욕망의 소리를/ 갈 곳 없는 새들을 키우고/ 새 계  
     절 맞이할 숨결을 준비하는/ 모성(母性)의 소리를//

홍 시인은 연로한 양친의 삶을 고요히 관조한다.

     저기 저 바람/ 그리움 가득 안고 오는 바람/ 봄 내내 꽃망울 피우지 못한/ 정  
     원의 그늘진 한숨 뒤로/ 수국 한 다발 소담스레 피워 올리시고/ 하얗게 웃고  
     계신 어머니 ('어머니의 미소' 전문)


     70kg 체중을 받아 안는다/ 85년 세월이 말없이 실려온다// 침묵하는 상념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굽은 다리를/ 묵묵히 반겨주는 검은  
     단장// 12월 바람도 햇살 뒤로 숨은 날/ 조심조심 세 발로 새 세상을 향한 날/  
     고집스레 거부하던 단장을 짚고/ "난 이제 멋쟁이 노신사다"/ 헛웃음에 발걸음  
     모아보지만// 늙는다는 건/ 햇살 뒤로 숨은 섣달 바람 같은 것/ 아버지 눈동자  
     에 담겨진/ 쓸쓸한 노을 같은 것  ('아버지의 短杖' 전문)

애착에 대상이기도 한 양친의 노화현상을 대하는 홍 시인의 태도는 부친의 노화현
상의 당위를 수용하던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인은 양친의 노화를 두고 당
황하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인 듯이 대응하지 않는다.
홍인숙 시인의 두 번 째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아름다운 시세계를 꾸준히
가꾸어 나가기를 바란다.


2004. 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29 시인 세계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시평 / 나그네의 향수, 존재의 소외 - 박이도 홍인숙 2004.07.30 1108
228 시인 세계 홍인숙씨의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를 읽으며 / 강현진 홍인숙 2004.07.30 1172
227 시인 세계 홍인숙 시의 시인적 갈증(渴症)과 파장(波長)에 대하여 / 이양우(鯉洋雨)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85
226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899
225 수필 슬픈 첨단시대 홍인숙 2004.07.31 903
224 꽃을 피우는 사람들 홍인숙 2004.07.31 1011
223 안개 속의 바다 홍인숙 2004.08.02 900
222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홍인숙 2004.08.02 921
221 가곡시 서울, 그 가고픈 곳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288
220 가곡시 세월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1195
219 가곡시 꽃길 1 그레이스 2004.08.04 1379
218 마음이 적막한 날 홍인숙(Grace) 2004.08.16 909
217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2004.08.17 913
216 단상 마음 스침 : 마음은 푸른 창공을 날고/ 윤석언 홍인숙(Grace) 2004.08.17 1232
215 수필 어거스틴의 참회록 홍인숙(Grace) 2004.08.17 1284
214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13 시와 에세이 아버지를 위한 기도 1 홍인숙(Grace) 2004.08.27 1176
» 시인 세계 시집 ' 내 안의 바다 ' 서문 / 황패강 홍인숙(그레이스) 2004.09.09 1073
211 시인 세계 홍인숙 시집 '내 안의 바다'를 읽으며 / 강현진 홍인숙(Grace) 2004.09.09 1197
210 수필 아버지와 낚시여행 홍인숙(Grace) 2004.09.15 101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