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54
어제:
7
전체:
457,459


2010.09.30 15:56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조회 수 1131 추천 수 1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download.blog?fhandle=MDl4aGJAZnM3LmJsb2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홍인숙 (Grace)




          아침 출근길이었다.
          무엇인가 파르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그 미동(微動)이 아기 잠자리 같기도 하고
          철 이른 가랑잎 같기도 했다. 

         조심스레 차에 올라 백 미러를 보니
         어느새 노랗게 익은 가로수 잎새 하나가
         작은 왕관처럼 머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가을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긴 여름 황홀한 자태를 잃지 않던 꽃들과
         풀잎마다 초록을 머금던 무성한 숲들이
         어느 날 일제히 잎을 내리고
         여윈 몸 가득, 하얀 눈가루를 덮고 웅크리고 있다면 
         그 황당함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고사리 손가락 같던 봄 햇살에서
         태양의 일렁임이 충만했던 여름이 막바지로 들어서기 전 
         나는 서둘러 가을을 준비했어야 했다.

         지는 꽃과, 허전한 바람, 타지도 못하는 저녁놀,
         내 곁을 떠나는 정든 사람의 몸짓에도
         가을이라는 이름을 안고 성숙해져야 했다. 

         가을은 헤어짐이 아름답도록 준비된 자연의 질서이며
         '허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낭만적인지 가르쳐주는 
         향기로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또 얼마나 많은 시인이 태어나고
         얼마나 많은 쓸쓸함이 그들의 가슴속을
         십자수 놓듯 촘촘한 그리움으로 영글어 들것인가.

         무수히 반복되는 여름과 겨울,
         그 상반(相反)의 계절을 이어주는 낭만의 징검다리를
         살며시 딛고 선 아침에
         백 미러 속에는 노란 잎새 하나 왕관처럼 쓴
         철없는 여자의 눈망울이 스쳐 가는 가을에 걸려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109 불꽃놀이 홍인숙(Grace) 2010.02.01 1257
108 사람과 사람 사이 그레이스 2010.09.18 1046
107 강가에서 그레이스 2010.09.19 1105
106 진눈깨비 내리는 날 그레이스 2010.09.19 1076
105 스무 살의 우산 2 그레이스 2010.09.23 1229
»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그레이스 2010.09.30 1131
103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1 그레이스 2010.10.07 1397
102 마주보기 (결혼 축시) 1 file 홍인숙(Grace) 2012.03.20 1242
101 아름다운 눈물 홍인숙(Grace) 2016.10.01 79
100 지평 홍인숙(Grace) 2016.10.01 82
99 축복의 관점 홍인숙(Grace) 2016.10.01 93
98 사람과 사람들 2 홍인숙(Grace) 2016.10.01 217
97 안개 속에서 2 홍인숙(Grace) 2016.10.01 189
96 단상 성서 필사(타자)를 시작하며 1 홍인숙(Grace) 2016.10.19 212
95 단상 삼숙이 나무 1 홍인숙(Grace) 2016.10.19 219
94 단상 꽃을 심었습니다 1 홍인숙(Grace) 2016.10.19 169
93 단상 타임머신을 타고 1 홍인숙(Grace) 2016.10.19 200
92 단상 훔쳐온 믿음 선언문 1 홍인숙(Grace) 2016.10.19 173
91 시인 세계 <한국일보><중앙일보> 홍인숙 시인 새 시집 출간 홍인숙(Grace) 2016.11.01 79
90 시인 세계 <중앙일보><주간모닝> 홍인숙 시인 ‘내 안의 바다’ 북 사인회 홍인숙(Grace) 2016.11.01 322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