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53
전체:
457,840


시와 에세이
2003.03.03 14:01

봉선화와 아버지

조회 수 713 추천 수 10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봉선화와 아버지 / 홍인숙(Grace)



봉선화


                 홍인숙(Grace)



해 아래 스쳐간
네 그림자에서
저녁내 붉은 그리움이
뚝뚝 떨어진다

낯선 곳에 기대어
당당한 어여쁨이라도
하필 왜 이곳이더냐

고국바라기 늙으신
내 아버지 길목에서
또 얼마나
애달픈 그리움 피우려고.


* * *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가 홀로 사시는 노인 아파트 길목에서
정말 뜻하지 않게 봉선화를 보았습니다.
타국에서 본 봉선화는 어릴 때 집 뜰에 피었던 봉선화보다
훨씬 더 붉은 꽃물을 뚝뚝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시렸는데
아버지의 눈에 비추어질 봉선화를 보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버지께서 친구 노인분과 비교하시면서
'나는 아직도 참 젊다!'시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연세 83세이신데 그 젊음을 감사해하시는 마음에
잠시 저까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뺨에서 피어오르는 검버섯과
자꾸만 작아지는 키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쪽에서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립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50세 정도에서 노화를 멈추고 살다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잎하나 흘리지 않고 화려하게 가지를 지키다
때가되면 미련 없이 송두리째 제 몸을 던지는 동백꽃처럼
그렇게 흐트러짐 없이 살다 갈 수는 없는 것일까요.

봉선화를 보시며 먼저 떠난 아내와 고국을 그리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 아침 따뜻한 햇살에도 마음이 아파 옵니다.

2002. 8. 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49 노을 홍인숙 2003.03.14 491
48 봄은.. 홍인숙 2003.03.14 523
47 수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 밤의 묵상 홍인숙 2003.03.03 971
46 시와 에세이 사랑한다는 것으로 홍인숙 2003.03.03 934
45 시와 에세이 마주보기 홍인숙 2003.03.03 757
44 시와 에세이 첫사랑을 찾는 가브리엘 홍인숙 2003.03.03 1080
43 시와 에세이 향기로 말을 거는 시인 홍인숙 2003.03.03 751
42 시와 에세이 바다로 가는 길 홍인숙 2003.03.03 833
41 시와 에세이 원로시인의 아리랑 홍인숙 2003.03.03 959
» 시와 에세이 봉선화와 아버지 홍인숙 2003.03.03 713
39 사랑의 약속 홍인숙 2003.02.14 443
38 아버지의 아침 홍인숙 2003.02.13 367
37 첫눈 내리는 밤 홍인숙 2003.01.21 462
36 그대의 빈집 홍인숙 2003.01.21 405
35 내게 남은 날은 홍인숙 2003.01.21 473
34 높이 뜨는 별 홍인숙 2003.01.01 740
33 당신을 사모합니다 홍인숙 2002.12.25 716
32 눈이 내리면 홍인숙 2002.12.25 471
31 내 안에 그대가 있다 홍인숙 2002.12.25 882
30 겨울 장미 홍인숙 2002.12.25 399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