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하루에 얼마를 벌어요?
2016.06.30 08:42
하루는 일곱 살 먹은 아이가 애타게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이 아주 늦어서야 아빠가 돌아왔다. 아이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인사를 하지만 하루 일과에 너무 지친 아빠는 달갑지가 않다.
퉁명스럽게 “오냐”하고 지나치려는 데 아이는 뒤따라가며 묻는다. “아빠,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아빠는 한 시간에 얼마를 벌어요?” 아빠는 짜증이 나다 못해 화가 나서“네가 그런 건 알아서 뭐해?”하며 큰소리를 냈다.
그래도 아이는 다시 졸랐다. 피곤한 아빠는“한 시간에 20불이다. 됐냐? 이제 그만 가서 자라.” 하자 아이가 10불 만 달라고 했다. 이 소리에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빠는 “너는 매일같이 쓸데없이 장난감이나 살 생각을 하고 있냐? 며 야단쳤다. 아이는 무안하고 겁도 나고 해서 울먹이며 얼른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아빠는 안정을 찾자 아들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한테 좀 심했던 게 아닌가 싶어 은근히 후회되었다. 정말로 뭔가 필요한 것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평소엔 그렇지 않던 아이인데 오늘은 좀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아이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며“자냐?”하니 아이는 반가운 듯이 자리에서 뛰쳐나와 방문을 열었다. “아까는 내가 좀 심했던 것 같다. 오늘 너무 피곤하다 보니 짜증이 나서 그랬다. 미안하구나. 그래 10불을 주마.” 아이는 너무 기뻐서 얼른 돈을 받아들고는 제 침대로 가서 베개 밑에서 구겨진 또 다른 10불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를 보자 아빠는 도로 화가 치밀었다. “아니, 돈이 있으면서도 또 달라고 했단 말이냐?” 아이는 겁을 먹으며 말했다. “이제 20불이 있으니 아빠의 시간을 살 수 있겠네요. 아빠는 한 시간에 20불이라고 했죠? 내일 저녁에는 일찍 들어와 줄래요? 제가 아빠의 한 시간을 사려고요.” 아빠는 할 말을 잃고 아이를 안았다. 갑자기 아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김현승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라고.
부모와 자식은 전생에 빚진 관계라고 한다. 그래서 각자에게 주어진 빚이 얼마인지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자식은 그 빚을 받기 위해 그 부모를 택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고 서로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라 한다.
허나 꼭 그래서 만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나가는 매 순간마다 가족들 모두 같이 해야 할 시간을 그냥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다봄이 어떨지. 잃은 시간은 다시 안 오고 같이 한 시간만큼만 그리움이 남는다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 Family를 이렇게 풀었다.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고. 마침 6월은 아버지의 날이 있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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