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언제 별을 보았나요

2015.12.04 11:01

김학천 조회 수:215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을 잊은 지도 오래지만 어둠 속의 별과 마주하는 건 도시든 농촌이든 이제 옛일이 된 듯하다. 생활 양식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고 오염 때문이기도 하다. 해서 '국제밤하늘협회'는 빛의 오염으로부터 어둠을 지키기 위해 어둠이 잘 보전된 곳을 골라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해 왔다. 
  지난달 한국의 경북 영양군 일대 가 '별빛 공원'으로 선정됐다 한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오래 전 후배 집을 방문하면서 들렀던 포드 전 대통령의 고향 '랜초 미라지'가 생각났다. 마침 그때는 그의 상중이라 시 전체에 조기가 걸려 있었는데 길가에 가로등 불빛이 보이지 않아 아마도 조문 중이어서 그런 가 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곳 주민들이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가로등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후배가 들려주었다. 아하, 하늘의 별빛! 잃었던 추억을 찾은 듯했다.
  지금은 내비게이터를 이용하지만 옛날에는 별을 보고 길을 읽었다. 그것 뿐인가. 별은 시인들에게는 벗이었고, 철학자들에게는 스승이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에선 천문을, 점성술에선 미래를 읽는 그야말로 다기능 길잡이였다. 이토록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별들은 수천 광년 전 까마득한 옛날에 윙크의 빛을 보내고는 우리의 입맞춤을 그리워하다가 오늘 우리가 그 빛을 볼 때면 기다림에 지쳐 멍든 가슴을 안고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산에서 홀로 지내는 양치기 소년이 짝사랑하는 주인집 딸이 양식을 가지고 올라왔다가 점심 나절에 내린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 돌아가지 못하고 머물게 되었다.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소년은 소녀에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 자크의 길'이라 부르는 은하수며 목동들에게 시계노릇을 해 준다는 '오리온 별', 그리고 프로방스의 피에르를 쫓아가 7년에 한 번씩 결혼한다는 '목동의 별 마글론'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이야기에 밤이 깊어가자 소녀는 소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다.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그 설레는 마음을 감추고 밤을 꼬빡 새운 소년은,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어쩌다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곤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맑은 밤하늘의 보호로 성스럽고 순결한 생각을 잃지 않았다'고 독백하는데 아마도 그 순간이 영원이기를 바랐을 거다. 애절하지만 아름다운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다. 
  그렇다. 별은 우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시 '가슴의 별'은 어둠 속에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것은 오염으로 별이 빛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맑은 것들을 볼 수 있는 우리의 눈이 오염된 탓이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리고 별 이름을 잊는 것은 별이 빛을 발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마음에서 지우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므로 별의 이름을 간직할 수 있는 맑고 고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도 가르쳐 준다. 양치기 목동처럼 말이다. 
  심신이 번잡할 때 그리고 누군가 무척 그리울 때 진짜 어둠이 깔린 맑고 까만 밤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별빛공원'으로 한 번 떠나보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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