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정복에 나선 알렉산더 대왕이 점성가를 불러 자신의 손금을 보여주며 "짐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겠는가" 물었다. 이에 점성가가 세계를 정복하기에는 손금이 짧다고 하자 대왕은 칼로 손금을 늘렸다고 한다. 고대와 중세에는 점괘가 개인은 물론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방법으로 간주됐다. 과학이 발달했다는 현대도 예외는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 대결하기 위해 '스타워즈'를 추진하면서도 국가 대사엔 늘 부인 낸시의 점성술사를 불러 점괘를 봤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점괘 결과에 따라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레이건의 '별들의 전쟁'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에 머무른 것이 아닌 현실로 가능해졌다. 아울러 이에 발맞춘 듯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지난 38년간 6편이나 선보이면서 우리의 상상과 현실 사이를 이어주는 큰 몫을 했다. 
  이번에 나온 후속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것은 물론 미국인들에겐 신화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짧은 역사를 가진 이들에게 건국 신화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조차 사라진 영국 신화를 재창조하기 위해 '반지의 제왕'을 만들었다고 하니 미국이야 오죽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스타워즈는 항상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멀고 먼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는 거다. 스토리를 보면 은하계를 호령하는 은하제국의 폭정에 항거하는 저항군의 모습이 무릇 영국에 반기를 든 미국의 독립전쟁과 꼭 닮아 있다. 영화의 첫 무대 황무지 행성도 개척시대 미국 서부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리고 주인공은 서부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개척정신으로 흙먼지가 날리는 척박한 땅에서 시작해 우주 곳곳을 누비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다. 독립전쟁의 모습과 서부개척사를 우주로 옮겨놓은 듯한 판타지인 셈이다. 일찍부터 미국은 신화나 역사의 부재를 채워줄 그 무언가를 찾아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토착민을 싹 쓸어내면서 시작되는 정복자 선조들의 영웅담이 아니었겠나. 루이지애나를 사들여 땅을 곱절로 늘리더니 서부탐험의 기치로 점점 더 넓혀 나가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 땅 넓히기 프런티어 정신은 그후 뉴프런티어로 그리고 우주로 향하는 하이프런티어로 이어지면서 땅 따먹기의 단계를 넘어 저 우주의 별 따먹기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는 한 사람의 영웅이 주름잡던 스타시대를 지나 지금은 너나 모두가 다 같이 반짝거리는 집단스타의 '은하수 시대'가 된 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1인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그런가? 미국인들은 꼭 이러한 선조들의 땅 따먹기를 닮은 풋볼에 그 어떤 경기보다도 더 열광한다. 그것은 조상들이 대륙을 정복해 나간 개척의 기질이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음을 이 경기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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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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