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거울 닦기

2012.02.17 04:29

김학천 조회 수:736 추천:147

  아주 잘 생긴 미청년 나르시스는 사냥을 하던 중 목이 말라 우물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란다. 그 물속에서 아름다운 요정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물에 비쳐진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우물곁을 떠나지 못한 채 식음을 전폐하고 지켜보다가 그만 말라 죽는다. 그리곤 그 자리에 한 송이의 수선화로 피어났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거울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나르시스처럼 맑은 샘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고는 놀랐을 것이다. 그리곤 자신의 외모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면서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다가 차츰 사람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더욱 커져갔을 것이다.

  그러한 호기심이 자신의 뒷모습조차 볼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하여금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울을 발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발명이 위대한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겠으나 이로부터 인간은 끝없는 욕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거울은 사람들에게 단지 외모만을 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거울은 자아를 찾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성취시키는 매개체로서 우리가 보는 것 이면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더 나아가 신성이나 우주의 섭리를 보여주는 성스럽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환상성과 도취성이 강해서 사치에 불을 지펴 허영과 광기를 품고 있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중세에 교회는 거울을 사용한 모든 실험을 금지했다.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어서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되는 신의 영역까지 다가가 신앙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신은 완전한 거울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은 그 신성이 반영된 상이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신의 거울로 자신을 돌이켜보기보다는 인간의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기를 더 원한다. 그리곤 마음의 거울로 보는 내면의 자존과 겉치레의 거울을 통한 허영의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여인은 거울을 보고는 자신이 바로 그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못생긴 여인은 그게 다일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는 시몬 베이유의 말이 그것을 반증한다.

  결국 어떠한 거울을 내가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의 삶의 질과 방향을 내 스스로가 결정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옛말에 청동을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바르게 할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과 남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는다. 내가 웃어야만 거울 속의 내가 웃듯이 내가 먼저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윤동주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미주중앙일보 2-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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