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뉴스

2012.04.30 02:47

김학천 조회 수:387 추천:91

  지구촌에서 한동안 이야기의 꽃을 피우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스포츠 본정신의 순수함을 잃어 간다는 감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올림픽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느 나라 누가 금메달을 더 땄느냐는 서로 간의 이해에 얽힌 보도 중에 우리 가슴을 울렸던 것은 동아일보에 실린 ‘이것이 올림픽이다’란 제목의 사진이었다. 이라크 복싱 대표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 미국인 코치를 얼싸안은 장면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이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자성의 장면이었다.
  원래 아테네는 신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나도 어렸을 적 집안 분위기에 따라 로마 그리스 신화를 교과서처럼 읽었다. 나중에 그걸 달달 외웠던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이 든 것은 그것에 대한 지식이 학문의 기초였음을 깨달아서였다.    
  내 좁은 소견으로 그리스는 오랜 세월 동안 로마와 터키의 지배아래 있으면서 스스로는 아카이안(Achaean)이라고 불려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식민지 통치시절에 그 곳을 지배한 로마인들이 ‘노예’란 의미를 담아 그리스인들을 ‘그리이크(Greek)’라고 불었던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보편화되었지만 이번 그리스 북부도시 데살로니키에서 열린 한국과 그리스의 남자 축구를 중계한 그리스 방송국의 아나운서는 경기 내내 ‘엘라다(hellada)’라고 연발했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자기 나라를 부르는 말로 본디 ‘엘리니키 디모크라티아(Elliniki Dimokratia)’를 마치 대한민국에서 “대”자와 “민”자를 빼고 간단히 한국으로 부르는 경우와 같겠다 하겠다.
  그리스인에겐 그 유명한 신전만큼이나 위대한 작가 한 사람이 기억 될 것은 이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암직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이다. 그 영화 외에도 그가 쓴 ‘최후의 유혹’은 상영상의 문제가 많았다. 마치 올해 제작된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선전과 같은 ‘희랍인에게 이 말을’이란 책을 쓰면서 그 서두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해서 그 책의 본론을 읽기도 전에 독자들의 가슴을 세게 쳤다고 한다. “나는 베르그송의 말대로 하고 싶어. 길모퉁이에 나가 서서 손을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는 거야. 적선하시오. 형제들이여! 한 사람이 나에게 15분씩만 나눠주시오. 약간의 시간만. 내가 일을 마치기에 충분한 약간의 시간만을. 그런 다음에는 죽음의 신이 찾아와도 좋아.” 라고.
  과연 그가 구걸하면서 받은 생명의 시간으로 세상을 위해 남기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원한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나를 판단하지 말고 신의 관점에서 내 행동의 뒤에 숨은 목적에 의해 나를 판단해’ 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신은 아무 말 없이 침묵하고 계시는 데도 인간들은 감히 신의 마음을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신의 계시라는 이유로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 자기가 믿는 신의 이름으로 신이 주신 귀한 목숨이 한 순간에 먼지처럼 스러지는 세기말적인 싸움에서 조국의 이름보다도 더 귀한 것은 헐떡이는 숨쉬는 생명체가 아닐까 싶다.
  서로가 적국이라고 싸우는 것은 오로지 정치적인 논리일 뿐, 살아있는 것은 다 창조자가 사랑하는 존재인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승리자의 머리에 얹혀지는 저 푸른 월계관의 상징이 언제가 되어야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로 다가 올 것인가? 그래서 아테네 올림픽에서 적국인 끼리의 부둥켜안은 소식은 우리를 눈물나게 한다. (미주 중앙일보,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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