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조나단

2012.08.01 01:53

김학천 조회 수:747 추천:75

  성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바이다. 이 책엔 여러 형태의 사랑이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서민 청년 다윗과 왕자 신분의 요나단의 인간적 신분을 초월한 숭고한 우정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을 저민다.
   목동 출신 다윗은 어느 날 왕인 사울이 걸린 정신병을 치료해 주기 위해 왕궁에서 수금을 탈 자로 불려서 왕가와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적국의 장군 골리앗을 물매 돌 하나로 죽이고 승리자로 돌아올 때 왕자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그가 다윗 사랑하기를 자기 생명같이 하므로 아주 궁중에 머물도록 해주고 자기가 입었던 겉옷까지 벗어주고 군복과 활과 칼과 띠도 줌으로 그의 지위를 높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둘의 우정을 방해하는 사건이 생긴다. 날로 높아 가는 다윗의 인기를 두려워한 사울 왕은 그를 죽이려고 모의한다. 이에 요나난은 주저 없이 친구의 생명을 돕는 일에 앞장서서 아버지에게 안타깝게 항변할 뿐 아니라 가슴아파해 금식하며 그를 위하여 슬퍼한다. 결국 요나단이 아버지의 손에서 다윗을 구해내어 멀리 도망가게 하여 이별할 때 둘이 같이 울었다는 이야기는 읽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그러면서 요나단이 자기 아버지를 피하기 위해 정처 없이 떠나는 다윗을 위로하여 말하기를 “평안히 가라. 하느님께서 영원히 우리 사이에 계시고 우리의 자손사이에도 계시리라”라며 우정의 극치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아버지 눈에 띄지 않도록 도망 다니는 고달픈 그에게 “다윗, 너는 후에 왕이 되고 나는 네 다음이 될 것을 내 아버지도 안다.”하며 격려하는 모습은 친구간의 시기나 질투를 찾아 볼 수 없는 순전한 사랑으로 상대의 높임을 오히려 기뻐하는 아름다운 관계에 놀라운 감동을 받는다.
   이러한 요나단의 무한한 사랑에 대해 다윗의 보답은 어떠했는가. 전쟁에서 사울과 요나단이 전사하자 그 소식을 들은 다윗은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여 노래하기를 “내 형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더 하였다.”라며 슬퍼하였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을 때 죽은 요나단의 유족에게 은총을 베푼다. 그의 절뚝발이 아들의 지위를 찾아주고 왕의 상에서 식사를 같이 할 것을 허락하므로 왕자 중 하나처럼 대우하였으니 이는 불행에 처한 친구의 아들에게 베푼 자비와 긍휼이 결국 죽은 자의 모든 권위를 회복시켜줌으로 요나단이 살아있을 때 언약했던 신의를 지킨 것이다.
   이는 요즈음같이 동지가 곧 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생존경쟁의 시대에도 가능할까. 사울과 요나단은 같은 시대에 산 부자이지만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들로 현대에도 종종 볼 수 있다.
   사울과 같이 시기와 질투로 상대를 모함하거나 저주하기를 꿈꾸는 이가 있는가 하면 요나단 같이 상대를 존중하고 격려할 뿐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 주기를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또 다윗처럼 이미 약속한 사람이 떠났어도 언약한 바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그 받을 만한 자에게 베풀기를 잊지 않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음이 다행이다.
   반면 내게 이익이 있으면 돕고 그렇지 못하면 몰라라 하는 이도 넘치니 우리가 어느 쪽에 속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가 평생의 과제이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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